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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6, 2022

지구 온난화는 얼음의 모양도 바꿀까 - 한겨레

물 온도 따라 얼음 모양도 변화
고드름·잔물결서 역고드름까지
작은 온도 차에도 크게 달라져
고드름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사다. 픽사베이
고드름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사다. 픽사베이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되뇌게 되는 동요의 한 구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기 시작한다는 입춘이 지나갔다. 하지만 계속되는 한파 속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 가운데서도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자연 현상 가운데 하나가 고드름이다. 기온에 따라 눈이 녹아 흘러 내리다 얼고 다시 녹기를 반복하면서 생기는 뾰족한 얼음막대다. 고드름은 지붕 처마나 바위 끝처럼 위에서 타고 내리는 곳에서만 생기는 건 아니다. 온도, 습도 등의 조건에 따라 물과 얼음이 상호작용하면서 위로 솟는 역고드름이 생기기도 한다. 전북 진안 마이산의 사찰 은수사는 역고드름이 잘 생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구 전체로 보면 극지방의 거대한 빙산, 빙하도 온도와 해류의 움직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달라진다.
전북 진안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 한겨레 자료사진
전북 진안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 한겨레 자료사진
고체 얼음보다 밀도가 높은 액체 물
그런데 얼음이 얼고 녹는 데는 물의 독특한 특성이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고체는 액체보다 밀도가 높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고체가 되면 부피가 줄어든다. 하지만 물은 고체인 얼음일 때보다 액체 상태일 때 분자의 밀도가 훨씬 높다. 얼음에선 물분자들이 육각형 모양의 결정을 이루면서 분자 사이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얼음이 되면 물의 밀도가 약 10% 감소하면서 부피가 커진다. 얼음이 물에 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의 밀도는 섭씨 4도에서 가장 높다. 지구 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도 변화에 따른 얼음 모양의 변화는 기후 연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얼음이 녹는 형태는 차가운 온도(4도), 중간 온도(5.6도), 따뜻한 온도(8도)에서 각기 다르다. 뉴욕대 제공
얼음이 녹는 형태는 차가운 온도(4도), 중간 온도(5.6도), 따뜻한 온도(8도)에서 각기 다르다. 뉴욕대 제공
물 온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얼음
물리학자와 수학자들로 구성된 미국 뉴욕대 응용수학연구소 연구진이 온도의 변화가 얼음 모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1월28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작은 온도 변화에도 얼음 모양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길이 15~20cm, 지름 몇cm의 원통형 얼음막대를 물을 가득 채운 수조에 담근 뒤 섭씨 0~10도 사이에서 온도를 달리해가며 얼음 모양이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했다. 우선 5도 미만의 아주 찬물에서는 얼음막대가 아래쪽에서부터 서서히 녹기 시작해 표면이 매끄러운 고드름으로 바뀌었다. 7도 이상에서는 얼음막대의 위쪽이 더 뾰족한 역고드름 형태가 됐다. 중간 온도인 5~7도에서는 얼음막대에 물결 모양의 굴곡이 나타났다. 이는 극지방의 빙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이다.
4도와 5.6도, 8도의 차이
얼음 모양이 온도에 따라 달라진 이유는 뭘까? 연구진은 모의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해봤다. 4도 온도 수조에서는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이 위로 올라갔다. 얼음이 녹은 물(더 차가운 물)의 밀도가 주변의 물(섭씨 4도의 물) 밀도보다 더 낮기 때문이다. 이는 위쪽의 물 온도를 아래쪽보다 더 차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조 상단에 있는 얼음이 가장 늦게 녹는다. 얼음막대는 아래쪽이 더 빨리 녹으면서 아래쪽이 뾰족한 고드름 모양을 형성한다.
물은 섭씨 4도에서 밀도가 가장 높고, 얼음으로 바뀌는 순간 밀도가 뚝 떨어진다. 출처=위키피디아
물은 섭씨 4도에서 밀도가 가장 높고, 얼음으로 바뀌는 순간 밀도가 뚝 떨어진다. 출처=위키피디아
그러나 수온 8도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얼음이 녹은 물의 밀도가 주변 물의 밀도보다 더 높아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부터 따뜻한 물을 끌어들이면서 위쪽이 더 빨리 녹고, 얼음막대는 역고드름 모양이 된다. 중간 지점인 5.6도에서는 상황이 좀 미묘했다. 얼음 녹은 물이 어떤 곳에서는 주변 물보다 밀도가 높고, 다른 곳에서는 밀도가 더 낮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얼음 가까운 곳의 물은 위쪽으로 흐르고, 그보다 좀 더 떨어진 곳의 물은 아래쪽으로 흘렀다. 서로 다른 물 흐름이 교차하며 수직 방향의 소용돌이가 형성되면서 물결처럼 굴곡진 모양의 얼음 막대로 바뀌었다.
빙산의 90%는 물 속에 잠겨 있다. 픽사베이
빙산의 90%는 물 속에 잠겨 있다. 픽사베이
얼음 구조로 기후변화 패턴 추적할 수도
연구를 이끈 레이프 리스트로프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실험 결과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봉우리, 물결 등 다양한 얼음 모양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의 더 큰 의미는 기후 변화와 지구 전체의 얼음 녹는 속도 증가에 시사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바다얼음의 모양과 크기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패턴을 추적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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