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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10, 2022

[홍종선의 배우발견㉗] 한국판 '종이의 집' 살린 두 배우 -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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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의 송강호 격 배우 두 명을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에서 발견했다.

때로 작품이 완벽하면 배우는 그 작품의 완벽성에 큰 역할을 하되 작품에 스며들어 그 대단함이 덜 보일 때가 있고, 반대로 작품이 엉성하면 배우의 활약상이 도드라질 때가 있다. ‘브로커’의 송강호가 그랬고, 한국판 ‘종이의 집’의 박해수와 김지훈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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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도가 큰 쪽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사과부터 해야 한다. ‘덴버’가 배우 김지훈인 줄 몰라봤다. ‘요새는 신인배우도 준비가 잘돼 있네’, ‘저 외모에 끼를 가지고 어디에 박혀 있다가 이제 나왔지?’, 정말 바보 같은 감탄 속에 덴버를 지켜보았다. 거친 말투나 우락부락 근육과는 사뭇 다른 순수한 눈빛과 여린 마음이 ‘신인’이라는 편견을 강화했음을 자백한다.

머리 좀 기르고, 피부색 검게 태우고, 육체 좀 키우고, 경상도 사투리 쓴다고 데뷔 20년 된 배우를 못 알아보다니, 눈도 아니다. 거의 전부 필자의 부족이 원인이지만, 김지훈에게 조금은 책임을 미루고 싶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김지훈이 딱 그렇다. 하얀 피부에 곱디고운 얼굴로 변호사 같은 역을 주로 하며 드라마계의 황태자로 군림해 온 김지훈은 이제 없다. 언뜻 영화 ‘암수살인’의 배우 주지훈이 보이는 강렬함으로 자신을 채우는 중이다.

원작이 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에 비하면 한없이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변화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조금이라도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배우가 있으니 박해수다.

그렇다, 두 배우에 대한 호평의 바탕에는 드라마에 관한 아쉬움이 깔려 있다. 그 얘기를 잠시 하고, 박해수 얘기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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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원작에는 있고, 국내 리메이크작에는 없는 게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원작에는 음악이 있다. 주요 장면마다 팝부터 클래식까지 기막히게 어울리고, 기막히게 작품에 리듬감을 주는 음악들을 배치했다. 예를 들어 1시간에 800만 유로를 찍어내는 환호의 순간에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진다.

원작에는 각 캐릭터에게 인간미가 배분돼 있고 각자의 매력이 에피소드를 통해 표현되면서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인간미가 도쿄(전종서 분)와 덴버에게 몰려 있고, 모든 캐릭터가 단선적이고 기능적으로 움직인다. 시청자에게 캐릭터를 너무 많이 읽혀 행동과 표현이 예측되는 인물은 매력적이기 어렵고 평면으로 보인다. 각자의 개성과 매력은 주로 외모를 통해 발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이로비 역을 놓고 보자면, 원작에서는(알바 플로래스 분) 덴버에 앞서 임신한 모니카(에스테르 아세보 분)를 염려하고 조언해 주는 등 따뜻한 면모와 대찬 성격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위조지폐 전문가적 위상도 부여되는 등 입체적으로 조각돼 있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사기성,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만 취하려 하는 모습이 부각돼 있다. 모델 출신의 장윤주가 가진 개성 있는 얼굴과 뛰어난 몸매만으로는 인물의 매력을 채우기란 중과부적이다.

세 번째는 사람이다. 한국판 ‘종이의 집’에는 사람이 사라지고 사건만 남은 인상이 강하다. 인물들이 사건을 발생시키고 진행 시키기에 바쁘다. 원작보다 적은 편수로 스토리를 압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제일 중요한 것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각 인물별 배경 스토리, 각 인물의 인간적 매력이 충분히 표현되고 전달돼야 시청자는 그 안에서 ‘나’를 찾을 수 있고 감정이입이 되고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사람보다 사건, 드라마의 내면적 아름다움보다 외형적 화려함을 추구하다 보면 좋은 배우들 캐스팅해 놓고도 그 진가를 활용하지 못한다. 교수 역의 유지태나 선우진 역의 김윤진은 물론이고 김성오, 박명훈 등 대다수 배우의 표정이 화난 것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조폐국 인질 강도 사건이라는 기본 설정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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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저 인물은 어떤 히스토리를 가졌기에 저런 태도를 지니게 됐을까, 어째서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할까,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가 있으니 ‘베를린’이다. 사실 베를린에게도 특별히 스포트라이트가 일찌감치 혹은 종종 비추지 않았다. 다만 배우 박해수가 기능이 강조된 똑같은 대사를 해도 가면을 쓰나 벗으나 경직된 여타 인물들과 달리 생각할 여지를 주는 표정과 말투와 손짓으로 발화한다. 그 인물에게 눈길이 가면 마음길이 열린다. 시청자가 그 인물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하면 배역은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배우 박해수는 장면을 압도할 줄 아는 카리스마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을 힘의 크기로 환산한다면 아직 배우 마동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단한 세기다. 내가 말하기 시작할 때 좌중을 집중시키는 능력, 자신의 연기 디테일을 관찰하게 하는 재능, 한 장면 전체를 호령하는 힘, 배우 박해수는 포효하는 호랑이 같다. 마동석이 귀여운 판다라면, 박해수는 한 마리 흑곰이다.

다행히 박해수가 맡은 역할이 조폐국 현장 리더이고, 그래서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이정재 분)과의 대립과 반목을 통해 드라마를 받치는 역이었을 때와는 달리 작품을 이끄는 중추 역할이다 보니 그의 힘이 드라마 전면에 힘을 발휘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에 대한 만족도가 배우 박해수로 인해 훌쩍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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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트1만 봤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파트2에서 원작의 장점을 따라 하라는 요청이 아니다. 통일한국이라는,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고안한 만큼 어느 정치인과 누구 경제인이 어떠한 연유로 작당을 했는지 전체 지형도가 윤곽을 드러낼 텐데 그러한 순간에도 사람과 감성을 잊지 않는 ‘K콘텐츠’만의 장점을 견지해 주기를 바란다. 좋은 배우들은 이미 캐스팅돼 있고, 연출과 극본이 운전을 분발하면 청출어람의 파트2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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