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수도승이던 존 돕슨, 거리로 나와 대중에 우주 소개
돕소니언 식 망원경 고안... 특허 등록하지 않고 기술 보급
"이리 와서 달 보세요" "오, 놀라워요"
지금은 고인이 된 거리의 천문학자 존 돕슨의 기록영화에 나오는 대사이다. 그는 망원경으로 대상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인쇄물을 주고 그 대상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우주의 굉장함을 말해준다. 20여 년 간 힌두교 수도승이었던 그는 사람들에게 우주를 보여주기 위해 수도원을 떠나 거리로 나왔다. 그는 2명의 벗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길거리 천문학회를 만들었다. 유튜브에서 'A Walkway Astronomer'로 검색하면 그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한글 자막은 없지만 필자처럼 대충 상황을 보아 미뤄 짐작하며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 관측 망원경 = 그는 뉴턴식 반사망원경에다 폐합판 등을 재활용해 반사거울도 직접 제작하여 이전 보다 싸게 망원경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람들은 이런 형태 망원경을 돕소니안 식이라 부른다. 수도승 때 청렴을 다짐하였기에 특허도 신청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망원경을 싸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아마추어 천문인 이라면 거의 다 돕소니안 망원경으로 천체관측을 하고 있다.
그는 1987년 7월 25일 미국 버몬트 주 스프링필드 부근 관측지에서 다음과 같은 명연설을 남겼다.
"저는 망원경의 크기가 얼마이고, 광학장비가 얼마나 정교하고, 얼마나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습니다. 이 광대한 세계에서 여러분보다 혜택을 덜 누리는 사람들이 함께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저를 줄곧 앞으로 나아가도록 추동하는 유일한 신념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모르는 별지기일지라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망원경을 보게 하는 것으로 보아 별지기만의 독특한 유전자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하.
◇판의 별자리 = 판은 상체는 사람 하체는 염소, 이마에는 뿔이 있는 모습이다. 보기와 다르게 판은 아르카디아 계곡의 숲과 들의 정령이자 목동들의 수호신인데, 아르카디아에는 시링크라는 요정이 있다. 이 요정은 처녀의 신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요정으로 큰곰자리의 주인공 칼리스토처럼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어느 날 시링크스는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판을 만나게 된다. 판은 첫눈에 그녀에게 반하하고 시링크스에게 고백하려 하지만 판의 괴상한 모습에 시링크스는 도망을 치게 되고 판도 시링크스를 쫓아가게 된다. 어느덧 들을 가로질러 커다란 강이 나타나자 시링크스는 도망을 칠 수 없게 되어 판에게 거의 붙잡히려던 때에 강의 요정들에게 부탁해 강가에 돋는 갈대 덤불로 변했다. 판은 우거진 갈대숲에서 시링크스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판은 시링크스를 영원히 기억하고자 풀피리를 만들었고 시링크스라고 하였다.
그 후 얼마 뒤 판은 제우스와 다른 신들과 함께 나일 강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신들의 적 티폰이 나타나 공격을 해왔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신들은 재빨리 여러 짐승들로 변하였고 판도 주문을 외워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서두르는 바람에 주문을 잘못 외워 상반신은 뿔과 수염이 달린 염소로, 하반신은 물고기 꼬리를 가진 모습으로 되었다. 판은 다시 주문을 외워 모습을 바꾸려고 했는데 티폰이 제우스를 공격하는 것을 보았고 제우스를 돕기 위해 시링크스 풀피리로 괴음을 내었다. 이 괴음에 놀란 티폰은 겁먹어 도망을 가버렸다. 판의 재치로 살아난 제우스는 그 보답으로 이 괴상하게 생긴 바다염소를 별자리로 만들었고 염소자리를 '판의 별자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염소자리에는 메시에 마라톤에서 맨 마지막으로 찾아야 할 천체인 둥근별떼 M30이 있다.
◇행성상 성운 = 시선을 북동쪽 천정으로 돌리면 삼각형을 이루는 별들이 있다. 몇 번 이야기했던 여름철의 대삼각형인데 어두운 관측지에서 보면 은하수가 흐르고 있는 쪽의 왼쪽별은 고니자리의 데네브이고 오른쪽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고 그 위에 있는 것이 거문고자리의 베가다. 베가는 직녀별이고 알타이르는 견우별이다. 음력 7월 7일에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와 달리 베가와 알타이르는 결코 만나지 않는다. 두 별은 대략 15광년 거리에서 우리 은하를 돌면서 고유운동을 하고 있다.
거문고자리에는 M57이라는 행성상 성운이 있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이 생을 다하고 적색거성이 된 후 그동안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원소(탄소, 질소, 산소, 네온 등)를 우주공간에 흩뿌린다. 이들 원소들은 항성풍에 의해 흩뿌려지게 된다. 이 모양을 행성상 성운이라고 한다.
이름은 1780년대에 윌리엄 허셜이 고안한 것으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았을 때 행성처럼 원반 모양의 상을 나타낸다고 하여 만들어진 말이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틀린 용어이나 널리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은하에 대략 1000개 정도 있다고 추정된다. M57을 망원경으로 보면 반지처럼 생겨서 반지성운이라고 하는데 견우가 직녀에게 청혼을 하려고 반지를 가지고 가다가 직녀 앞에서 넘어져 반지를 잃어버렸는데 그게 반지성운이라고 하면 다들 흥미를 보인다.
◇고니자리 = 고니자리에는 볼만한 게 제법 있다. 고니 머리에 해당하는 별을 알비레오라 부르는데 이 별은 쌍성이다. 쌍성은 이중성과 다다. 시선 방향에 두 별이 붙어있는 거처럼 보이면 이중성이고 두 별이 중력으로 묶여 서로를 공전하면 쌍성이라고 한다. 알비레오 A는 주황색이고 알비레오 B는 청백색이다. 망원경으로 보면 정말 예쁘다. 알비레오에서 지평선 쪽으로 8도 가량 내려오면 여우자리에 M27 행성상 성운이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먹다버린 사과처럼 생겼다. 근처에 콜린더 399라는 목록의 널린별떼가 있다. 마치 옷걸이처럼 생겨서 옷걸이 성단이라고도 한다.
고니의 꼬리에 해당하는 데네브 별 주변에는 저밀도의 이온화 된 수소구름이 두 뭉텅이가 있는데 하나는 북아메리카 지형과 닮아서 북아메리카성운이라 하고 또 하나는 펠리컨처럼 생겨서 펠리컨 성운이라고 한다. 고니의 심장에 해당하는 별 주변에도 저밀도의 이온화된 수소구름 뭉텅이들이 있다. 심장에서 머리 쪽으로 가면 초승달 성운이 있는데 망원경으로 보면 초승달같이 생겼다.
고니의 오른쪽 날개 중간에는 초신성 잔해인 베일 성운이 있다. 동베일 서베일로 나뉜다. 초신성은 옛날 사람들이 전에 없던 별이 생겨서 그렇게 부른 이름이다. 태양보다 여덟 배 이상 더 무거운 별의 최후 모습인데 은하 전체의 밝기만큼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폭발 후 중심에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된다. 고니의 왼쪽 날개 끝부분에는 NGC6826이 있는데 깜빡이 성운으로 불린다. 행성상 성운인데 곁눈질로 보면 성운이 깜빡이는 거처럼 보인다는데 필자는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
북쪽의 용자리에는 NGC6543 고양이 눈 성운이 있는데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과는 비교할 순 없지만 300배율로 보면 사진과 비슷한 형체를 느낄 수 있다.
/조정제 시민기자(천문지도사)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길거리 천문학자 이야기, 별들에게 들어봐 - 경남도민일보
Read More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