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보정이 아닌 기술의 보정을 거쳐 돌아온 명작
안 본 눈 삽니다. 안 해본 뇌 삽니다.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콘텐츠에 있어서 이만큼의 격찬이 또 있을까. 그 어떤 콘텐츠보다 만족스러운 경험을 안겨줬지만, 그렇기에 다시금 백지에서부터 그 모든 감동을 또다시 느끼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그럴듯한 표현도 또 없을 것이다. 기자에게 있어선 2013년 출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가 그러했다. 비단, 기자만이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레벨 디자인을 비롯해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세계관을 날것 그대로 구현한 듯한 각종 시스템, 그리고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끝으로 성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라스트 오브 어스'는 기자를 비롯해 많은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랬던 '라스트 오브 어스'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중간이랄 수 있는 리빌트(Rebuilt)로 돌아왔다. 리빌트라고 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이하 라오어 파트1)'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지닌 게임이다. 레벨 디자인과 연출, 그리고 컷신의 구도 등은 원작과 거의 차이가 없는 모습으로 리마스터에 가깝지만, 캐릭터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뜯어고쳤으며, 여기에 향상된 광원 효과와 진일보한 물리 효과를 추가하는 등 단순히 해상도와 그래픽 일부를 개선하는 정도에 불과한 리마스터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작을 옆에 두고 비교했을 경우의 얘기다. 그래픽은 분명 좋아졌지만, 레벨 디자인과 연출 등은 그대로이니 새로운 느낌이 들진 않는다. 비단, 기자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리뷰에서는 게임 자체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고자 한다. 내러티브가 핵심인 게임인 만큼, 사실상 리마스터와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재탄생한 '라오어 파트1'의 리메이크에 가까운 요소들은 무엇인지 그것들이 게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얘기해 보고자 한다.
게임명: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
개발사: 너티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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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추억이 아닌 기술의 보정을 거치다
영화나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되고 뇌에서 자연스럽게 보정을 거친다. 그렇기에 추억 속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다 보면 기억하는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에, 어색한 그래픽에 놀랄 때가 더러 있다. 추억이라는 보정을 거친 기억 속의 게임은 최신 게임에 버금갈 것 같았는데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리마스터가 마냥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도 추억의 게임들을 사이에 두고 많은 게이머들이 그리워하며, 리마스터만으로도 충분하니 내달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최신 콘솔, PC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해상도와 일부 그래픽을 개선해서 추억의 게임들이 리마스터로 돌아왔으나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잘못 리마스터한 사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추억 보정이라는 필터가 사라지니 예전만한 감동을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오어 파트1'은 어떨까. 추억 보정에 한한다면 '라오어 파트1'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PS3 황혼기에 등장했기에 원체 좋았던 그래픽은 더 좋아졌다. 추억이 아닌 기술의 보정을 거친 셈이다. 캐릭터 모델링은 물론이고 다소 어색할 때가 있었던 애니메이션 역시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이러한 그래픽의 발전은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한 게임에 있어서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걸 잘 살리기란 쉽지 않다. 사람의 얼굴 움직임을 캡처하는 페이셜 캡처를 너도나도 쓰지만, 모든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자연스럽게 다듬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라오어 파트1'의 그래픽은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기술의 보정을 거친 덕분에 추억 속 모습 그대로다.
개선된 건 캐릭터의 모델링과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라오어 파트1'은 게임의 그래픽과 관련된 거의 모든 걸 개선했다. 일부 게임에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 아래 캐릭터와 배경 그래픽 사이에서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캐릭터 모델링에 집중한 나머지 식생과 주변 오브젝트의 그래픽은 PS3 수준인 경우다. 다행스럽게도 '라오어 파트1'은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았다.
내러티브를 주도하는 건 캐릭터지만,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건 단순히 캐릭터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건물들이 깔끔하다면 몰입이 될 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라오어 파트1'은 원작의 분위기를 더욱 실감 나게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수풀이 우거진 도시의 모습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세계관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게이머들을 다시금 게임에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다시 한 번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각종 장치들
그렇다면 이쯤에 내러티브 기반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얘기해보도록 하자. 뛰어난 스토리텔링, 매력적인 캐릭터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핵심을 꼽자면 '몰입도'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 몰입하게 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캐릭터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어야 하며, 게임이라는 무대에 자신이 있는 듯한, 혹은 그 캐릭터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라오어'가 인기를 끈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조엘이 처음부터 무작정 엘리를 보호하려고 했다면 아마 지금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조엘이 상처받았다는 것과 인간관계에 서툰 인간이라는 걸 보여준다. 더욱이 과거의 사건과 겹치면서 조엘은 엘리를 퉁명스럽게 대한다. 당연히 초반 조엘과 엘리의 관계는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게임은 자연스럽게 조엘과 엘리의 관계를 쌓아올렸고 그 덕분에 많은 게이머들은 조엘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장치는 이미 '라오어'에서 다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원작을 즐겼던 게이머들은 '라오어 파트1'을 하면서 원작만큼 몰입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스토리텔링과 레벨 디자인, 그리고 대사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원작과 같은 수준이고 그들이 쌓아올릴 이야기를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몰입이 덜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치명적인 문제를 '라오어 파트1'은 기술의 힘으로 해결했다. 그 힘을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부분으로는 퍼포먼스를 들 수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으나 퍼포먼스는 게임에 몰입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곤 한다. 30프레임과 60프레임에서의 몰입도는 굳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솔에서 고해상도 고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콘솔이라는 플랫폼의 한계로 인해 그래픽을 우선시한 화질 모드와 쾌적한 플레이를 위한 성능 모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라오어 파트1'은 다양한 렌더링 모드를 통해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고정 4K 30프레임의 화질 모드와 동적 4K 60프레임의 성능 모드, TV나 모니터가 고프레임률(HFR)이나 가변 화면 재생률(VRR)을 지원할 경우 해상도를 희생하는 대신 프레임 제한을 해제해 최대 120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성능+ 모드를 지원함으로써 성향에 따라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고해상도여야 몰입할 수 있다는 게이머라면 화질 모드로 프레임이 부드러워야 하는 게이머라면 성능이나 성능+ 모드로 즐기면 되는 식이다.
퍼포먼스가 기본적인 게임의 몰입도 전반을 책임진다면 PS5의 단짝인 듀얼센스는 이를 보조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전 PS5 게임들을 리뷰하면서 더러 언급한 것처럼, 듀얼센스만큼 게임의 몰입도를 끌어올려 주는 컨트롤러도 또 없다. '라오어 파트1'에서도 마찬가지다. 듀얼센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햅틱 피드백은 시종일관 다양한 진동을 안겨준다.
비가 내리면 가볍게 몸을 두드리는 느낌을, 헤엄칠 때는 물결을 일으키는 무거운 느낌을 안겨주며, 총을 쏘거나 근접무기로 적을 공격할 때는 짧지만 둔탁한 진동을 선사함으로써 조엘이 느끼는 그 감각을 게이머에게 오롯이 전달한다. 이는 적응형 트리거 역시 마찬가지다. 무기를 조준하거나 활을 당길 때 묵직한 장력을 발생시켜 한층 몰입도를 더해준다.
듀얼센스에 달린 스피커 역시 놓칠 수 없는데 듀얼센스 스피커 기능을 활성화하면 햅틱 피드백과는 별개로 대화할 때마다 진동이 울린다.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람이 실제로 말을 할 때마다 자신의 몸이 울린다는 걸 생각하면 듀얼센스의 각종 기능을 십분 활용해 자연스럽게 조엘에 몰입하도록 하는 거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라오어 파트1'은 이미 게이머들이 스토리를 아는 걸 전재로 다시금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런 선택은 꽤나 먹힐 것 같다. 기자 역시 원작을 누구보다 즐겼던 만큼,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다시금 '라오어 파트1'에 빠졌으니 말이다.
원작을 재구축한 '리빌트', 완벽하지만은 않아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에 위치한 리빌트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라오어 파트1'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신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비주얼을 자랑할 뿐 아니라 여전히 뛰어난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다양한 장치를 통해 원작을 했던 게이머도 다시 한번 게임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곧 완벽을 뜻하는 건 아니다. 내러티브 측면에서 '라오어 파트2'로 이어진다는 걸 떼고 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AI와 멀티플레이 모드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특히 AI의 경우 출시에 앞서 크게 향상됐다고 한 것치고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엘리나 동료들이 적들의 시선을 피해서 숨어다니지도 않고 적들 역시 눈앞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고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다. 게이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게임적 허용으로 볼 수도 있으나 너티독이 자신한 것과 달리 원작과 비교해봐도 큰 개선이 느껴지지 않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원작에서 여러모로 호평받았던 멀티플레이 모드가 없는 점 역시 이러한 아쉬움을 부채질한다. 안그래도 '라오어 파트2'에도 멀티플레이 모드가 없었기에 여러모로 아쉬움을 샀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멀티플레이 모드가 들어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 게이머들에게 있어선 그 아쉬움도 더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론을 내리자면, 다소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라오어 파트1'은 게임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이 가진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등의 장점은 최대한 유지하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그래픽은 싹 뜯어고침으로써 리마스터라면 으레 생각할법한 '깔끔한데 어딘지 구식으로 보인다'는 단점도 원천 봉쇄했으니 이렇다 할 흠도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해야 할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풀 프라이스라는 점에서 한 번, 그리고 리마스터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데에서 또 한 번. 게임을 사기 전 무려 두 번이나 고민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다만, 돈값을 못하는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게임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요즘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하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 아직 '라오어'를 해본 적이 없다면, 그리고 원작이 주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더 발전된 그래픽으로 느끼고 싶다면 '라오어 파트1'을 해보길 바란다. 그 재미만큼은 결코 거짓이 아닐 테니 말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리뷰 | 웹진 인벤 -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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