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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4, 2022

[시승기] BMW R18 클래식, '프로펠러 항공기가 떠올랐다' - 모터그래프

언제부턴가 크루저 바이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손쉽게 다룰 수 있었던 혼다 레블500은 물론, 할리데이비슨의 여러 라인업들을 경험해보니, 유유자적 바람을 가르며 엔진의 고동감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교외로 달려나가는 라이더들의 심정을 최근에야 이해했다.

이렇다보니 BMW R18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미국 브랜드의 영역일 것만 같은 크루저 바이크를 독일 회사가 만들었다니.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지 않아 선뜻 시승을 요청했다. 

# 클래식, 그 자체의 디자인

할리데이비슨을 닮았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R18의 외형은 BMW의 시작을 알렸던 R5에서 유래했다. 이렇다보니 1930년대를 풍미했던 당시의 바이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곳곳의 디자인 요소들도 클래식함을 더해준다. 동그란 해드램프를 중심으로 양 옆에 자리잡은 두 개의 안개등이 대표적이다. 전륜을 떠받치고 있는 서스펜션은 유광 블랙 컬러로 처리했는데, 크롬으로 멋을 내는 여느 브랜드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핸들 바와 정 중앙에 위치한 클러스터는 제법 다양한 기능들을 품고 있다. 헤드램프 조절 버튼이나 방향 지시등은 그렇다 쳐도, 크루즈 컨트롤에 열선 그립, 주행모드 버튼까지 달려있다. 클러스터 하단에 위치한 작은 LCD 패널은 엔진 회전 수, 주행모드, 기어 체결 단수, 주행거리, 연비, 정기점검 후 주행거리 기록 등을 표시한다. 이 쯤 되면 여느 승용차 못지 않은 구성이다. 

R18 클래식만의 차별화된 디자인도 돋보인다. 대형 윈드쉴드는 물론, 새들백과 텐덤 시트가 더해진다.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은 기본형 모델의 머플러와 달리 대전차 로켓포마냥 길게 뻗어있는 두 개의 크롬 머플러가 적용된 것도 차이점이다. 여러모로 장거리 투어링을 고려한 요소들이다. 

좌·우로 쭉 뻗어있는 거대한 박서 엔진도 디자인 포인트 중 하나. 바이크의 전반적인 형상보다 거대한 엔진만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과장되어있는 느낌이다. 배기량을 표시하는 숫자는 물론,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번쩍이는 드라이브샤프트도 시선을 고정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클러스터에서는 주유량을 확인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주유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고등이 뜰 때 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새들백은 보이는 것과 달리 수납 공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은 편. 작은 백팩 한 개 정도가 겨우 들어간다. 

# 항공기를 연상케 하는 엔진음

시동을 걸면, 1802cc 2기통 공랭식 박서 엔진이 깨어난다. 실린더 특성상 엔진이 깨어나며 차체가 좌·우로 요동치는 느낌이 새롭다. 신기한 움직임에 스로틀을 연신 감으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 처럼 이쪽 저쪽으로 요동치는 모습에 달리고싶은 욕구가 깨어난다. 

인상적인 첫 움직임과는 별개로, 초반 응답성은 나긋한 편. 2000~4000rpm에서 쏟아져 나오는 16.1kg.m의 최대토크는 탓에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면서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점도 강점. 묵직한 클러치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여유롭게 변속하는 느낌이 썩 괜찮다. 

주변의 풍광을 가르며 교외에서 나긋한 주행을 이어가면 R18의 색깔이 오롯이 드러난다. 항속 기어를 체결하고,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켜놓으면 마치 자동차로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것 처럼 여유롭다. BMW와 다소 거리감이 있는 푹신한 승차감을 만끽하다보면 마치 고급 세단을 탄 느낌도 든다. 

물론,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줄 수 있는 넉넉한 출력도 인상적이다. 기어를 두 단 정도만 낮추고, 높은 회전영역대를 유지하니 제법 날카로워진다. 스로틀을 과감하게 감아나가면 목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가속 성능을 발휘해준다. 여기에 풍절음까지 밀려드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라이딩에 집중하게된다.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배기음이다. 마치 프로펠러 항공기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소리가 난다. BMW가 항공기 엔진 제작사였다는 헤리티지를 반영한걸까. 고회전 영역에서 스로틀을 연신 감아대면 당장 이륙 직전 활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밀려든다. 불규칙적이고 거친 고동감을 토해내는 할리데이비슨과는 또 다른 맛이다.

속도를 높여나가도 차체의 거동은 불안한 기색 하나 없다. 차체 아래쪽으로 끌어내린 묵직한 박서 엔진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이다. 오히려 차체를 기울이기 힘들다 느껴질 정도로 중심을 잘 잡아준다. 툭 튀어나온 엔진 헤드가 긁히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더해지니 뱅크각을 넓히기는 어렵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이 뿐만은 아니다. 공랭식 엔진이다보니 냉각 효율은 수랭식 보다 떨어진다. 주행풍을 맞으며 달릴 땐 별 문제가 없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구간과 도심 주행에서는 엔진 열이 꽤 많이 올라온다. 길이 꽉 막힌 서울 시내에서 1시간 여를 주행하다보면, 엔진 온도가 높아졌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 R18, BMW만의 방법으로 해석한 크루저

R18은 앞서 경험한 BMW의 모터사이클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편안한 승차감을 기반으로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다보니,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여느 BMW 모토라드 라인업의 성격과도 다르다. 디자인과 구성요소는 헤리티지 그 자체를 품고 있지만, 성격만은 브랜드의 이단아이자 새로운 장르의 BMW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크루저의 대명사인 할리데이비슨과는 또 다른 성격이다. 전반적인 구성 면에서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박서엔진의 존재감 만으로도 두 브랜드의 색깔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포드 머스탱과 BMW M4가 쿠페라는 점만 똑같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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