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임무를 맡고도 기억되지 못한 우주인.”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을 맡았던 마이클 콜린스가 28일(현지시간)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콜린스는 달에 발을 디딘 동료 닐 암스트롱과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만큼 주목을 받지 못해 ‘잊힌 우주인’으로 불렸지만,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콜린스가 당시 우주선 단독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자 핵심 임무를 수행한 리더”였다고 전했다.
유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콜린스가 암과의 용맹한 투쟁 끝에 세상을 떠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는 항상 삶의 도전 과제에 품위와 겸손으로 맞섰고, 마지막 도전(암 투병)에도 같은 방식으로 맞섰다”고 추모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도 성명을 통해 “동료들이 달에 발을 디디는 동안 홀로 사령선에 남아 임무를 완성한 그는 ‘역사상 가장 외로운 인간’으로도 불렸다”면서 “그의 업적이 무대 뒤에서만 보였더라도 콜린스는 미국의 달 착륙을 이끈 리더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콜린스는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미 공군 파일럿을 거쳐 1963년부터 나사 우주비행사로 복무했다. 1969년 7월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다. 콜린스를 비롯해 아폴로 11호에는 선장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탑승했다. 세 사람은 동갑내기였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달 착륙선을 타고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뎌 성조기를 꽂고 월석을 채취했다.
두 사람이 21시간 넘게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콜린스는 홀로 사령선에 머물며 달 궤도를 선회했다. 당시 사령선이 달의 뒷면으로 들어갔을 때 48분 간 지구와의 교신이 끊기기도 했다. 콜린스는 “이곳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나 뿐이다. 온전히 홀로 있는 이 순간이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는 메모를 남겼고, 아폴로 11호 임무 일지에는 “아담 이래로 누구도 콜린스가 겪었던 고독을 알지 못한다”고 기록됐다. 콜린스는 미디어 전면을 장식한 동료들에 비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주 역사학자 프랜시스 프렌치는 “콜린스는 달착륙 임무의 핵심”이었다면서 “유일하게 우주선을 단독 비행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3명을 모두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콜린스는 아폴로 11호 임무를 마치고 이듬해인 1970년 나사를 떠났다. 콜린스는 “나사에서 일했던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 챕터이지만 유일한 챕터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와 국립 항공우주 박물관장을 지냈고, 다수의 우주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은퇴 이후에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에 도전하고, 그림과 낚시를 즐겼다.
홀로 사령선에 남아 달의 뒷면과 지구를 바라본 콜린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2016년 NPR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주에서 본 지구는 작고 파란색과 흰색으로 매우 반짝이면서 예쁘고 고요하고 연약했다”며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볼 수 있다면 그들의 관점은 바뀌고 시끄러운 논쟁도 조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착륙 중요임무 맡고도 잊힌 우주인…'아폴로11호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별세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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