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가 주로 쓰는 탄소 동위원소
고대 호수로 추정되는 지역서 다량 검출
대기보다 많아진 경로 두고 세가지 가설
이동형 로봇 탐사차 큐리오시티의 탐사 지역 가운데 하나인 몽메르쿠 절벽. 2021년 3월19일 일몰 직후 구름을 배경으로 찍었다. 나사 제공
2012년 8월 화성에 도착한 이동형 로봇 탐사차 큐리오시티가 올해로 활동 10년째를 맞았다. 큐리오시티에는 표본을 채취한 뒤 이를 분석하는 장비가 탑재돼 있다. 큐리오시티는 이 장비로 과거 호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게일 충돌분지 일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연구진이 큐리오시티가 게일 충돌분지 6곳에서 채취한 24개의 퇴적물 표본 일부에서 생명 활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가벼운 탄소’(탄소12)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탄소는 지구상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원소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탄소 동위원소 가운데 어떤 것이 포함돼 있느냐는 생명체와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동위원소란 같은 원자이긴 하지만 질량이 다른 것으로, 원자를 구성하는 요소 중 중성자 수가 다른 것을 말한다. 탄소에는 15개의 동위원소가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탄소12와 탄소13은 태양계가 형성될 때 생겨난 대표적인 안정 동위원소다. 이번 연구를 이끈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크리스토퍼 하우스 교수(지구과학)는 “둘 다 모든 것에 존재하지만 탄소12는 탄소13보다 다른 물질과 더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두 원소의 양을 비교해보면 탄소가 어떻게 순환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12보다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탄소13은 무겁고 결합력이 강해서 생명체가 자유롭게 쓰기에는 버겁다. 예컨대 지구의 생물은 탄소13보다 더 작고 가벼운 탄소12 원자를 이용해 음식을 분해하거나 광합성한다. 따라서 탄소13보다 탄소12가 많다는 것은 생명체와 관련한 화학작용이 있었다는 신호다.
큐리오시티가 표본 채취 지점인 게일 충돌분지의 베라 루빈 능선에서 찍은 셀카. 나사 제공
나사 과학자들이 큐리오시티의 화성시료분석기(SAM)에서 수집한 표본들을 섭씨 850도로 가열한 뒤 나오는 가스 성분을 분석한 결과, 표본의 거의 절반에서 화성 대기와 운석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탄소12가 검출됐다. 지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는 생물학적 과정이 있었다는 신호다. 연구진은 그러나 고대 박테리아가 생성한 퇴적암이나 생명체가 만들어낸 복합 유기물 같은 결정적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을 곧바로 화성의 고대 생명 활동의 흔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우스 교수는 “화성에도 같은 설명이 가능한지는 앞으로 알아봐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화성은 지구와 매우 다른 행성”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표본에서는 탄소13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우스 교수에 따르면 탄소13이 거의 없는 표본은 오스트레일리아의 27억년 전 퇴적층에서 채취한 표본과 약간 비슷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표본은 고대 미생물이 메탄을 방출하는 생물학적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우스 교수는 그러나 “화성을 만든 물질과 과정은 지구와 다르기 때문에 화성에서도 반드시 그랬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화성은 45억년 전 지구와 다른 탄소동위원소 조합으로 시작했고, 지구보다 더 작고 차갑고 중력도 약하며 대기의 구성 요소도 다르다. 게다가 생명체가 관여하지 않은 탄소순환도 있을 수 있다.
이동형 로봇 탐사차 큐리오시티가 표본 채취를 위해 뚫은 구멍. 나사 제공
이에 따라 나사 과학자들은 화성에 탄소12가 많고 탄소13이 적은 이유로 세 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째는 성간 구름 가설이다. 태양계는 1억년마다 거대분자운(GMC, Giant Molecular Cloud)이라는 성간 구름을 통과한다. 가스와 우주먼지로 이뤄진 이 구름은 온도가 매우 낮아 행성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이 구름의 1%를 차지하는 우주먼지의 탄소에는 탄소13 비율이 극도로 낮다. 이 가설에 따르면 우선 우주먼지 구름이 화성을 통과하면서 그때까지 물이 흐르던 이 행성의 온도를 낮춰 빙하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우주먼지가 얼음 표면에 쌓이고, 우주먼지는 빙하가 녹은 뒤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많은 탄소12가 남아 있게 됐다. 그러나 게일 충돌분지에서는 과거에 빙하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또 쌓인 입자들은 대개 지질학적 과정을 거치며 희석되는데, 희석되지 않은 채 남으려면 많은 우연의 일치가 있어야 한다. 나사 과학자들은 가설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큐리오시티가 착륙한 게일(Gale) 충돌분지는 화성의 적도 바로 아래쪽에 있다. ‘사이언스’에서 인용
둘째는 자외선에 의한 이산화탄소 분해 가설이다. 화성에 탄소13 비율이 적은 이유는 자외선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기화합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산화탄소는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한다. 자외선은 탄소12가 풍부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일산화탄소를 생성할 수 있다. 이 일산화탄소가 다시 다른 대기분자와 반응해 유기분자를 만들고, 이것이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많은 양의 탄소12 동위원소를 남겼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일본 도쿄공대의 우에노 유이치로 교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미공개 실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번 분석 결과에서 드러난 탄소 동위원소 비율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교수는 그러나 “이 가설을 받아들이려면 자외선이 이런 규모로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 결과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셋째는 미생물 가설이다. 지구에서 탄소13이 거의 없는 고대의 지표면은 미생물이 만든 메탄을 미생물이 먹어치웠다는 것을 뜻한다. 고대 화성에서도 메탄 생산에 유리한 어떤 조건이 갖춰진 지하에서 많은 양의 메탄이 방출됐을 수 있다. 예컨대 과학자들은 땅속 미생물이 마그마에 있는 ‘가벼운 탄소’(탄소12)를 먹고 메탄을 방출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메탄이 지상으로 올라오면 지상의 다른 미생물이 이를 분해해 ‘가벼운 탄소’를 지상에 쌓아 화석으로 남긴다. 아니면 자외선이 미생물이 방출한 메탄을 분해해 ‘가벼운 탄소’를 지상에 남길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화성 지표면에서는 미생물 흔적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이 시나리오를 설명하려면 자외선 가설을 채택해야 한다.
2020년 4월9일 촬영한 게일 충돌분지의 스팀슨 사암지대. 표본을 채취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나사 제공
하우스 교수는 “세 가지 가설 모두 오늘날의 지구와는 다른 양태의 탄소 순환을 보여주지만, 어느 것이 더 정확한지 알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큐리오시티는 지금도 화성을 돌아다니며 표본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나사 과학자들은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고대 지표면이 잘 보존된 것으로 여겨지는 다른 곳을 방문해 탄소 동위원소를 계속 측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생물학적 가설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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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발견한 '가벼운 탄소' 미스테리…세가지 가능성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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