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생명체 증거 찾을 최적 후보지
5월말~6월초 삼각주 입구 도착할듯
사상 최초 비행·산소발생 실험 성공
3.9km 이동하며 암석표본 6개 수집
화성의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가 18일로 화성 도착 1년을 맞았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화성에서 활동 중인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인내라는 뜻)가 18일(한국시각 19일)로 화성 도착 1년을 맞았다. 퍼시비런스의 임무 기간은 2년이므로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다. 무게 1톤에 바퀴가 6개인 퍼시비런스는 5번째 화성 탐사차다. 지난 1년 동안 퍼시비런스는 고대 호수로 추정되는 예제로(호수라는 뜻) 충돌구 지역에서 3.94km(2.5마일)를 이동하며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세운 여러 성과를 일궈냈다. 사상 처음으로 화성에서 동력 비행기를 띄웠고, 사상 처음으로 화성 암석 표본을 수집해 용기에 담았으며, 사상 처음으로 화성의 이산화탄소로 산소를 만들었다.
하루 이동거리 신기록을 세운 2월4일의 퍼시비런스 궤적.
1주년을 앞둔 지난 4일엔 뜻하지 않게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이날 하루 245.76미터를 이동해 화성에서의 하루 이동 거리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2015년 로봇 탐사차 오퍼튜니티가 세운 214미터 기록을 훨씬 앞선 것이다. 퍼시비런스는 지난 몇주 동안 표본 수집 용기 입구에 걸린 돌멩이를 제거하느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최근 그 문제가 풀림에 따라 그동안 가지 못했던 거리를 한꺼번에 따라잡기 위해 서두른 결과였다. 후반부로 접어든 퍼시비런스의 다음 행선지는 삼각주 평원이다. 수십억년 전 물이 흐르면서 퇴적물이 쌓인 지역이다. 삼각주는 고대 생명체의 증거를 찾는 퍼시비런스의 제1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장소다. 따라서 삼각주 여행은 이번 탐사 임무의 정점을 향한 행군이다.
퍼시비런스의 착륙 지점. 북서쪽으로 삼각주가 있다. 나사 제공
퍼시비런스 과학팀에 참여하고 있는 플로리다대 에이미 윌리엄스 교수(지질학)는 ‘뉴욕타임스’에 “물과 퇴적물이 있는 삼각주는 적어도 지구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라며 “삼각주의 퇴적물은 생명과 관련한 유기탄소를 찾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퍼시비런스는 이 삼각주에서 동쪽으로 2km 남짓 떨어진 지점에 착륙했다. 크기 45km에 이르는 예제로 충돌구의 북서쪽 가장자리다. 나사는 퍼시비런스의 착륙 지점에 ‘옥타비아 버틀러’(미국 SF 작가의 이름)라는 이름을 붙였다. 퍼시비런스는 착륙 이후 석달 동안은 헬리콥터 시험비행에 주력하고 6월부터 탐사를 위한 이동을 시작했다. 이후 착륙지점에서 남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예제로 충돌구에서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다.
과거 홍수가 일어나면서 생긴 급류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지층. 나사 제공
첫째는 37억년 전에 일어났던 홍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홍수가 일어나면서 생긴 급류로 암석들이 켜켜이 층을 이룬 지층을 발견했다. 지구의 강 하류에 형성되는 삼각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또 퍼시비런스에 장착된 고해상도의 카메라와 정밀한 분광계는 예제로 충둘구 표면의 암석 중 일부가 화산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화성암이라는 데이터를 보냈다. 이는 충돌구 바닥이 바람이나 물이 옮겨온 물질이 쌓여 형성된 퇴적암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화성암은 암석 안에 있는 원소의 반감기 분석을 통해 암석의 나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학 시료다. 더욱이 물과의 접촉으로 변성된 흔적도 보였다. 따라서 여기서 수집한 표본을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면, 화성에 언제 화산 활동이 있었고 삼각주가 언제 형성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월 여섯번째로 수집한 표본. 나사 제공
퍼시비런스의 제2 임무는 훗날 지구로 가져올 화성 암석 표본을 수집하는 것이다. 지구에서 숱한 연습을 했지만, 막상 화성에서의 표본 시추 작업은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퍼시비런스는 최대 목표인 38개 용기 중 지금까지 3곳에서 6개의 용기를 채워넣었다. 퍼시비런스는 한 곳에서 두 개의 표본을 수집한다. 앞으로 남은 1년간 나머지 용기를 모두 채워야 한다.
퍼시비런스가 수집한 6개의 표본과 수집 지역. 네이처에서 인용
나사는 퍼시비런스가 수집한 표본을 2020년대 후반 또 다른 탐사선을 화성에 보내 수거한 뒤 2031년 지구로 가져온다. 현재로선 유럽우주국과 함께 2026년 화성에 두 대의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이 우주선들은 2028년 여름 각기 화성 표면과 궤도에 도착해 역할을 나눠 표본 용기 수거 작업을 마친 뒤 지구를 향해 출발한다.
화성 헬리콥터 인지뉴이티의 무게는 1.8kg, 날개 길이는 1.2미터다. 나사 제공
퍼시비런스의 바닥 밑에 붙어 있던 1.8kg의 초소형 헬리콥터 인지뉴어티(독창성이란 뜻)는 이번에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최초로 날아오른 동력 비행기가 됐다. 인지뉴이티는 애초 목표였던 5차례를 훌쩍 뛰어넘어 4월19일 첫 비행 이후 지금까지 19차례에 걸쳐 성공적인 비행을 했다. 고도 5~10미터 상공에서 한 번에 최대 100~625미터를 날았다. 지금까지 총 비행 시간은 34분, 비행 거리는 3.88km(2.45마일)다. 이제는 단순한 시험비행 단계를 벗어나 퍼시비런스의 여정을 돕는 사전 답사 비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퍼시비런스는 또 실험장비 목시(MOXIE)를 이용해 화성에 풍부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이는 장차 유인 화성 탐사에 대비한 실험이다. 탐사 기간 중 총 10번의 실험이 계획돼 있다.
퍼시비런스의 지난 1년 이동 경로(흰색선)와 향후 이동 경로(파란색선). 흰색선과 파란색선이 만나는 지점이 착륙지점이다. 나사 제공
퍼시비런스는 1차 용기 수집을 마치고 현재 착륙지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약 6km에 이르는 삼각주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2주 후 착륙 지점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7번째와 8번째 표본 수집을 한 뒤 삼각주를 향해 떠난다. 나사는 5월 말이나 6월 초 삼각주에 도착할 것으로 본다. 매사추세츠공대(MIT) 탄자 보삭 교수(지구생물학)는 “삼각주에 있는 퇴적암의 유기물에서 세포의 얼개를 한 모양을 찾을 수 있는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퍼시비런스는 하루에 약 200미터를 자율주행할 수 있다. 최고로 낼 수 있는 속도는 큐리오시티와 같지만, 실제 이동 속도는 훨씬 빠르다. 마이클 맥켄리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은 “오토내브라는 개선된 항법 시스템 덕분에 퍼시비런스는 큐리오시티보다 4~5배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우주탐사는 사람 대신 로봇에 맡겨야 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도널드 골드스미스(Donald Goldsmith)와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Martin Rees)는 4월 출간하는 공저 ‘우주비행사의 종말’(The End of Astronauts)(하버드대 출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주비행과 탐사에는 막대한 위험과 함께 로봇 탐사의 10배에 이르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갈수록 똑똑해지는 로봇에 맡기는 것이 인류에게 더 이득이라는 논리다. 로봇 스스로 또는 지구에서의 원격 조작을 통해 행성 표면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퍼시비런스가 지난 한 해 이룬 성과는 사람 못잖은 일을 할 수 있는 로봇 탐사의 초기 모델이라 할 만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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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1년 맞은 퍼시비런스…삼각주 탐사 떠난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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