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궤도보다 가까이 지나가는 '아포피스'
"국내 우주기술 발전에 중요한 전기"
2029년 4월 14일, 크기 370m의 돌덩어리가 지구를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천리안위성 등 국내 인공위성 7기가 떠 있는 정지궤도(3만6,500㎞)보다도 가까운 3만1,600㎞ 상공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만한 천체가 이토록 지구와 가까워지는 일은 길면 2만 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2027년 우리나라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탑재해 쏘아올릴 탐사선은 '아포피스'라 이름 붙여진 이 소행성을 따라 비행하며 우주의 비밀을 풀어낼 예정이다.
24일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및 국방과학연구소와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 소행성 탐사 임무를 위해 본격적으로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포피스 탐사와 관련해 △천문연은 과학탑재체 제작과 과학 임무 연구 △항우연은 발사체와 탐사선 개발 및 지상국 업무 △국과연은 4단 킥모터(탐사선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고체모터) 개발에 참여한다. 우리나라 최초 소행성 탐사가 100% 국내 기술로 이뤄지는 셈이다.
2027년 누리호에 실려 발사될 탐사선은 1년간 홀로 비행해 아포피스에 10㎞ 거리까지 접근하고, 이후 아포피스와 '동행비행'하며 소행성 자체뿐 아니라 소행성으로 인해 지구가 받는 영향까지 정밀 관측한다. 천문연 관계자는 "근지구소행성은 대부분 소행성대에서 유입돼 태양계 초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태양계의 진화 역사를 재구성하는 화석과 같다"고 설명했다.
아포피스가 우리나라 소행성 탐사의 '적임자'로 꼽힌 이유는 심우주 항행기술과 과학 임무를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체와 탐사선 사이 상대속도를 0으로 유지하는 동행비행 기술을 확보하면 도킹, 우주쓰레기 처리, 궤도상 서비스와 같은 다른 우주기술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아포피스 탐사는 우리나라 우주기술 발전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30년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달 착륙선 개발을 위해 필요한 많은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최영준 천문연 박사는 "소행성 탐사를 위해서는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부터 위성, 우주망원경 등 우리가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우주기술이 모두 필요하다"며 "아포피스 탐사는 부분적으로 공부한 것을 모아 중간 시험을 보는 개념이며, 궁극적으로는 화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행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우주협력 차원에서 한국의 위상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지난달 진행된 아포피스 탐사 공청회에서 "스스로 기술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국제협력체계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며 "아포피스 탐사는 독자적 기술과 연구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하야부사' 탐사선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소행성 시료 채취 후 복귀' 임무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애초에 귀환을 목적으로 만드는 탐사선이 아닌 만큼 본체 연료가 모자란 점도 문제지만, 아포피스가 워낙 지구에 근접해 지나가는 탓에 인위적으로 건드릴 경우 위험성이 몹시 크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현재로서는 향후 100년간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없지만, 혹시 잘못 건드렸다가 궤도에 영향을 주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아포피스 탐사를 통해 얻은 기술로 향후 정부의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포함된 소행성 시료귀환 임무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만년에 한 번 오는 기회"... 100% 우리 기술로 지구 근접 소행성 탐사한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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