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애플은 모니터와 컴퓨터를 하나씩 공개했습니다. 모니터의 이름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Studio Display)'로, 지난 2019년 발표한 전문가용 모니터인 '프로 디스플레이 XDR'에서 크기와 해상도를 조금씩 줄인 게 특징입니다. 함께 공개된 컴퓨터 '맥 스튜디오(Mac Studio)'도 있었는데요. 맥 미니를 닮은 디자인에 크기가 2배가량 커졌고, 성능이 대폭 향상됐습니다.
먼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사용해 본 기기는 기본형 화면인 스탠다드 글래스에, 높이 조절 스탠드 옵션이 추가된 것입니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검은색·회색 등 무채색 위주입니다. 앞면에는 별다른 로고 등이 없고, 뒷면에는 커다란 애플 로고와 함께 썬더볼트·USB-C 단자가 있습니다.
모니터 내부에는 스피커와 마이크가 내장돼 있습니다. 체감상 스피커의 성능은 약 10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컴퓨터용 외장 스피커에 비견할 정도였습니다. 우퍼가 여러 개 들어가 있는 탓에 저음이 특히 둥둥 울리는 소리가 납니다. 본격적인 음악 감상에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거나 화상 회의를 하는 용도로는 차고 넘치는 성능입니다.
27인치 크기에 5K(5120×2880) 해상도를 채택하고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크고 선명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부터 아이맥 5K를 사용했기 때문에 화면을 봤을 때 베젤이 조금 얇아졌다는 것 외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5K 해상도 미만의 모니터를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아이패드와 연결해 외장 모니터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달 초 발표된 아이패드OS 16부터는 아이패드에 외장 모니터를 연결했을 때 마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가 있는데요. 실제로 아이패드 에어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USB-C 케이블로 연결하니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이 실행되어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패드OS 16은 오는 9월 경 정식 출시될 예정이지만, 현재도 누구나 베타 버전을 내려받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이토록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이는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지만, 막상 209만 원을 주고 이 제품을 구입할지를 생각하다 보면 다른 제품이 눈에 들어오는 게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게 LG전자의 울트라파인 5K 디스플레이입니다. 비록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 비해 밝기가 10%가량 어둡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해상도와 썬더볼트·USB-C 단자를 지원합니다. 더구나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서는 54만 원에 달하는 높이 조절 옵션이 울트라파인에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 특유의 미려한 디자인과 우수한 마감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자금 사정이 여유롭다는 전제하에 선택 가능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와 함께 맥 스튜디오도 약 열흘 간 사용해 보았습니다. 제가 사용해 본 기기는 M1 맥스 프로세서에 24코어 GPU, 램 32GB, SSD 512GB가 탑재된 기본형입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 맥 스튜디오를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성능을 시험해 보고자 게임 몇 개를 해봤습니다. 맥에서 게임을 하도록 배려한 게임 회사로는 대표적으로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가 있습니다.
먼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실행해 봤습니다. 비록 리마스터가 되면서 권장 사양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게임을 돌리기에 맥 스튜디오의 성능은 차고 넘쳤습니다. 다만 2GB 이상의 그래픽 메모리(VRAM)를 요구하는 '실시간 조명' 기능은 어째서인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맥 스튜디오의 메모리 관리 방식이 총 32GB의 메모리를 시스템과 그래픽이 공유하는 방식이라는 점에 비춰 봤을 때 다소 의문스러운 일입니다.
조금 더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스타크래프트 2도 실행했습니다. 처음 실행된 상태에서 해상도를 5K로 높이고, 캠페인에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랙은 전혀 걸리지 않았으며, 프레임은 약 30FPS 정도가 나왔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도 동일하게 설정하고 나니 90FPS가 나왔습니다. 5K 해상도로 게임을 하면서도 본체의 팬이 전혀 돌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측정을 위해 긱벤치 점수를 측정해 봤습니다. ARM 네이티브로는 1만 2384점이 나왔으며, 혹시나 해 실행해 본 x86 모드로는 9740점이 나와 약 20%가량의 성능 하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기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점수입니다. 네이티브 기준으로는 아이맥 프로에 들어간 인텔 제온 W-2191B 프로세서와 성능이 비슷하고, x86 모드로도 W-2150B 프로세서와 비슷합니다. 다만 본격적인 전문가용 기기인 맥 프로와 비교하려면 M1 울트라 옵션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맥 스튜디오는 가격 대비 성능이 높지만, 성능 측면에서의 단점 또한 갖고 있습니다. 램이나 SSD 등 내부 부품을 전혀 교체할 수 없어 추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음악이나 영상 작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용량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구입할 때 미리 SSD 옵션을 추가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와 함께 제공되는 트랙패드와 키보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랙패드의 경우 고성능 컴퓨터에만 제공되는 블랙 색상으로, 별도 구입할 경우 화이트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제품입니다. 키보드에는 지문인식 센서인 터치ID가 탑재되어 있어 로그인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오류 탓에 관련 메뉴가 비활성화되어 실제 사용해볼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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