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구를 떠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시운전에 들어갔다. 과학자들은 이후에도 루브아 우주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등 최첨단 우주망원경 등을 제작해 우주의 신비를 풀어낼 계획이다. 한편 물처럼 흐르는 물질로 우주에서 초대형 렌즈를 만들겠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바로 유체망원경 실험(FLUTE)이다. 이들은 왜 새로운 우주망원경 소재 개발에 나섰을까.
지난해 12월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구경 6.5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2.7배다. 이처럼 거대한 크기를 가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무게가 6.2t(톤)에 불과하다. 무게가 12.2t인 허블 우주망원경의 절반 수준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에 쓰인 아리안5 로켓은 지구 저궤도에 최대 20t, 지구 정지궤도까지는 10t의 적재량을 운반할 수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성공적으로 우주에서 눈을 뜬 것은 소재의 발전 덕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주경을 네번째로 가벼운 원소인 베릴륨으로 만들었다.
우주로 가기 위한 우주망원경의 다이어트
우주망원경을 우주로 보내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크기와 무게다. 통상적으로 망원경의 성능은 렌즈와 반사경의 크기에 좌우된다. 망원경의 크기가 커질수록 빛을 받아들이는 능력인 집광력이 커지고, 짧은 거리의 두 물체를 구분하는 해상도가 좋아진다. 더 먼 곳에서, 더 어두운 빛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대한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이 필요하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78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사용됐다.
이런 이유로 우주망원경 렌즈와 반사경 소재 연구는 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가벼운 물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과거에는 주로 강화유리 또는 세라믹 소재가 활용됐다. 최근 반사경에서는 탄화규소(SiC)가 주로 쓰인다. 렌즈에 쓰이는 유리와 같은 크기일 때 무게는 3분의 1 수준이고, 극저온에서도 구조의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혜성탐사선 로제타호와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호에 장착된 카메라에도 탄화규소로 만든 반사경이 사용됐다. 이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도 있다.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의 적합성을 시험하고 있다”며 “원하는 반사경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지, 표면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지 등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굴절망원경 렌즈에는 여전히 강화 유리가 주로 쓰인다. 소형 렌즈에서는 플라스틱 재료가 활용되기도 한다. 굴절망원경은 외부의 전자기파를 반사하는 반사망원경과 달리 전자기파를 굴절, 통과시켜야 하는 만큼 렌즈의 색상과 투과력, 균일도 등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 렌즈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데다, 반사경보다 무게마저 무거워 대부분의 우주망원경은 반사망원경으로 제작되고 있다.
차세대 망원경은 물방울일까
지난 4월 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유체망원경 실험(FLUTE) 팀이 육상과 공중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FLUTE는 이스라엘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와 NASA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우주 공간에서 액체 고분자를 굳혀 거대한 렌즈를 만드는 기술 확보가 목표다.
유체망원경의 가장 큰 장점은 연마와 광내기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과정은 망원경에 쓰이는 렌즈와 반사경을 만들 때 필요한 공정 중 하나로, 틀에서 만들어진 렌즈와 반사경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난반사와 난굴절을 막는다. 김 책임연구원은 “망원경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려면 표면 거칠기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보다 작아야 한다”며 “연마와 광내기로 해당 수준의 정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지가 망원경 제작에 중요한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체는 우주 공간에서 표면장력에 의해 완전한 구형을 만든다. 표면장력은 유체의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구형은 같은 부피에서 가장 작은 표면적을 갖는 만큼 별도의 과정이 없이도 매끄러운 표면의 렌즈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모란 베르코비치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 교수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은 복잡한 과정을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그간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수십~수백 m급의 초대형 렌즈의 제작도 가능하다.
극복해야 할 한계도 있다. 완전한 구면을 사용할 경우 초점이 한 곳에 모이지 않는 구면 수차가 발생한다. 실제 망원경에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구면 렌즈와 반사경이 주로 쓰이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유체망원경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렌즈에서 어떻게 추가 가공을 해 구면 수차를 최소화하고, 비구면 렌즈를 구현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에서 망원경 만드는 시대
NASA가 유체망원경 개발에 도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주 공간에서 직접 망원경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볍고, 매끄러운 망원경이라도 지구에서 제작된다면 큰 비용을 들여 우주로 쏘아 올려야 한다. 로켓에 실려 대기권을 통과하는 동안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을 막기 위해서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우주에서 직접 렌즈를 만든다면 여기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주 공간에서의 본격적인 유체망원경 실험은 최초의 민간 우주임무인 액시엄(Axiom)-1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액시옴 임무는 민간우주정거장 건설과 미세중력 상황에서의 물품 제조 등이다. 중력이 거의 없을 때는 혼합물의 침전이 일어나지 않고, 더 순수한 단백질 결정을 얻을 수 있는 등 지구에서는 어려운 제조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일종의 우주공장을 만들기 위한 실험인 셈이다.
우주 공장은 민간 기업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활발해지는 우주 개척 시대에 보다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을 들여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우주 공장의 개발이 필요하다. 2019년 민간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이끄는 제프 베조스는 “지구는 거주지로 남기고, 우주에서 필요한 물품은 우주에서 생산하겠다”며 중공업 공장을 우주에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체망원경처럼 우주 공간에서 망원경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기술도 있다. 바로 3차원 프린팅 기술이다. NASA,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연구에 나선 상황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우주에서 언제든 필요한 망원경 부품을 제작할 수 있다”며 “특히 작은 크기의 반사경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소형 위성과 탐사선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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