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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31, 2022

'로봇 꿀벌'과 '로봇 벌집'으로 멸종 위기 극복하기 - MIT Technology Review

2007년 당시 이스트테네시 주립 대학(East Tennessee State University)에서 수개월째 지내고 있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생물학자 토마스 슈미클(Thomas Schmickl)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캠퍼스까지 매일 들판을 가로질러 걷던 그는 “무언가 찜찜했다”고 회상하며, “꿀벌 소리를 듣기 전까지 그 이유를 몰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곤충’이었다. 그는 유난히 곤충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생물학 교수들을 건물 밖으로 불러내서 이렇게 말했다. ‘하늘을 보십시오, 날아다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은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University of Graz) 인공생명 연구소(Artificial Life Lab)을 이끌고 있는 슈미클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그 후 세계 곳곳에서 곤충 개체수가 감소하거나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슈미클은 개미나 꿀벌 같은 사회성 곤충의 집단행동을 모방한 ‘스웜(swarm) 로보틱스’ 분야에서 몇 년 간 연구한 끝에 자연을 돕는 로봇을 설계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통해 다시 자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러한 방식을 그는 ‘생태계 해킹’이라고 부른다.

그는 벌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자연에서 꿀벌을 비롯한 꽃가루매개자들은 서식지 파괴, 살충제 노출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 직면한다. 슈미클은 이들을 돕는다면 전체 생태계가 더 강건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어떤 회사에서는 로봇공학을 활용해 벌집 내부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꿀벌들을 돌볼 수 있는 ‘증강 벌집’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 슈미클과 동료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술을 통해 곤충의 행동을 조종하고자 한다.

군집에 말 걸기

슈미클 연구팀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하이바폴리스(Hiveopoli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제품 벌통을 제작하고 있다. 연구진이 만든 벌통 중 하나는 자연에서 꿀벌이 집 짓는 환경과 비슷하게 속이 텅 빈 나무 둥치 모양이다. 슈미클은 벌통을 지속 가능한 재료로 만들기 위해 3D 프린트 점토와 재활용 커피 찌꺼기에서 자란 균류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벌통은 센서, 카메라뿐 아니라 온도 및 공기 흐름을 조절하며 벌통 내부에 진동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궁극적으로 벌들에게 행동 패턴을 지시할 수 있다. 슈미클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벌통에 진동을 일으킬 경우 벌이 느리게 움직이는 반면 공기 흐름을 조절하면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의 팀 랜드그래프(Tim Landgraf) 인공 및 집단지성학 교수는 하이바폴리스와 협력하여 이러한 벌집에 적용할 수 있는 부가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춤추는 로봇 벌이다.

꿀벌은 먹이를 찾고 벌집에 돌아오면 다른 벌들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는 독특한 ‘8자 춤’을 춘다. 이때 다른 벌들이 먼저 춤추던 벌의 춤에 합류하고, 같은 춤을 추는 벌의 수가 충분히 많아지면 함께 먹이를 찾으러 날아간다. 슈미클은 이를 두고 “일종의 여론 조사 과정”이라고 말한다.

앞서 랜드그래프는 다른 벌들이 뒤따를 정도로 설득력 있는 8자 춤을 추고, 실제로 로봇이 제안한 방향으로 벌들이 날아가게 하는 데에도 몇 차례 성공한 로봇을 개발했다. 이제 그는 기존 로봇을 개선한 새로운 로봇을 이용해 이 로봇이 안정적으로 꿀벌들을 먹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이 로봇의 생김새는 그다지 벌과 비슷하지 않다. 펄럭이는 ‘날개’가 달린 작고 유연한 튜브 형태의 이 로봇은 벌들이 춤추는 영역 바깥에 있는 모터에 연결되어 조종할 수 있다.

로봇 ‘벌’은 8자 춤을 추며 움직일 수 있다.
COURTESY OF PROF. TIM LANDGRAF / EU-FET PROJECT HIVEOPOLIS

슈미클은 특정 장소의 먹이가 살충제로 오염되어 벌집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이러한 로봇을 활용해 꿀벌들을 안전한 채집 장소로 안내할 수 있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 밖에 꿀벌들이 야생벌 보호 구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도 로봇 벌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랜드그래프 연구진은 실제 꿀벌 춤을 관찰하여 이를 지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벌집 내부의 카메라로 춤추는 벌을 감시하여 벌이 어디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군집이 살충제나 기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상태가 나빠지면 인간이 그 오염이 발생한 곳을 알아낼 수 있다. 슈미클은 “이러한 방법으로 꿀벌을 유해 물질에 대한 환경 탐지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왕벌의 시녀 무리

로보로얄(RoboRoyale)’이라고 불리는 유럽 연합의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 슈미클과 동료들은 꿀벌 군집의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로봇 벌을 여왕벌에 접근시키는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아이디어는 로봇을 여왕벌의 가장 가까운 시녀벌 집단에 잠입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성공한다면 잠입한 가짜 벌은 여왕벌에 단백질이 풍부한 먹이를 많이 먹여 알을 더 많이 낳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애벌레를 위한 방이 이미 준비된 둥지 영역으로 여왕벌을 안내해 더 효율적인 산란을 이끌 수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아직 실험을 거친 것은 아니다. 현재 슈미클은 로봇의 재료로 쓸 후보 물질을 벌통에 넣은 다음 일벌이 이를 공격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는 “벌들은 자신들의 벌집 안에 아무것이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D) 엘리나 엘 니뇨(Elina L. Niño) 양봉 협동조합 전공 부교수는 유럽 프로젝트의 전략들이 현재로서는 미국의 상업적 양봉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녀와 협업하는 양봉가들이 “이 방법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우선 캘리포니아의 농부와 양봉가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점을 강조했다. 농부들은 농작물에 농약을 살포하기 전 미리 양봉가에 이 사실을 경고한다. 이렇게 하면 굳이 다리가 6개 달린 살충제 탐지기를 개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단지 여왕에게 더 많은 단백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벌통에서 더 많은 새끼 벌이 태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니뇨는 벌을 위해 더욱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녀는 “그렇게 하면 꿀벌의 비행과 먹이 찾기를 조작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니뇨는 “연구 관점에서 볼 때” 유럽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꿀벌이 8자 춤을 추는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관찰하면 이는 과학자들에게 꿀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녀는 또한 슈미클과 동료들이 추구하는 기술이 전문가보다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슈미클은 양봉을 더 매력적이고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벌들을 특정 벌집 밖으로 나오게끔 유도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보호 장비 없이 벌집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랜드그래프는 “사용자가 양봉 전문가든 취미로 하는 사람이든 이 기술은 유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자연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흔히 기술과 자연이 양극단에서 대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하면서, “기술은 우리와 자연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접점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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