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구에서 약 1600년 떨어진 곳에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무시무시한 천체 블랙홀이 발견됐다. 역대 가장 가까운 기록으로 지구의 '뒷마당'에 엄청난 괴물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미국 하와이 소재 제미니 천문대는 지난 4일 천문학 국제 학술지인 영국의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지구에서 1560광년(1광년 = 약9조4600억㎞)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블랙홀 가이아(Gaia) BH1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휴면 상태인 이 블랙홀은 태양보다 약 10배 큰 '항성 질량 블랙홀'이다. 기존에 여름철 남쪽 하늘에서 관찰되는 별자리인 '뱀주인자리(Ophiuchus)'에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 지구에서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외뿔소자리(Monoceros) 블랙홀(약 5200광년)보다 3배나 더 가깝다.
천문학자들은 지구-태양 간 거리와 비슷한 거리에서 가이아 BH1과 동반하고 있는 항성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관측한 결과 블랙홀의 존재를 최종 확인했다.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자체 중력으로 붕괴하면서 백색왜성, 중성자별 등을 거쳐 생성되며, 강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 검게 보인다. 따라서 일반적인 망원경 관측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천문학자들은 블랙홀과 동반한 항성의 궤도를 분석해 강한 중력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럽우주청(ESA)이 발사한 가이아 우주 관측 위성이 수집한 20억개 이상의 별들의 위치와 속도, 궤적을 분석한 결과 가이아 BH1을 동반한 항성이 중력파로 인해 미세한 불규칙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다수의 지상파 망원경을 동원해 관측을 계속했고, 태양의 10배가량의 질량을 가진 항성질량블랙홀이라는 것과 동반한 항성은 약 186일에 한 번 꼴로 가이아 BH1의 궤도를 돌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2020년에도 지구에서 1000광년 떨어진 쌍성계에서 블랙홀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지난 3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카림 엘바드리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및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을 찾았다는) 주장들이 많이 제기돼 왔지만 대부분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로 사상 처음으로 우리 은하계에서 항성질량블랙홀 주변을 돌고 있는 태양 종류의 항성이 사상 처음으로 명확하게 탐지됐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계에 태양보다 최소 5배에서 100배 더 무거운 약 1억개의 항성질량블랙홀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보다 수십만배 이상 큰 초거대질량블랙홀에 비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망원경으로 포착하기가 어렵다. 이에 최근에는 블랙홀이 방출하는 중력파나 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 X선을 포착하는 연구들이 활발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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