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오는 화성의 새해…26일이 첫날
1956년 먼지폭풍 계기로 연도 매기기 시작
화성의 겨울에도 지구처럼 눈, 서리 내려
화성 얼음은 이산화탄소가 언 드라이아이스
겨울 동지가 지난 직후 서리로 뒤덮인 화성의 모래언덕. 이산화탄소얼음과 물 얼음이 혼합돼 있다. 나사 제공
지구의 새해는 일주일 뒤에 오지만 화성은 26일부터 새해가 시작됐다. 지구의 과학자들이 만든 화성의 달력은 춘분점(북반구 기준)을 지나는 날을 한 해의 첫날로 삼는다. 26일이 화성의 춘분이다. 한겨울 정점을 지나 봄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화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는 668일(지구일 기준 687일)이 걸린다. 따라서 화성의 1년은 지구일 기준으로 1.9년이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 유럽우주국이 지구와 화성의 새해를 기념해 화성의 겨울과 봄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새해는 과학자들이 화성 달력을 만들기 시작한 때로부터 37년이 되는 해, 즉 ‘화성 37년’이다. 과학자들은 1956년 화성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먼지폭풍 현상 관측을 계기로, 당시 북반구의 춘분점(1955년 4월11일)에 해당하는 날을 화성 1년 1월1일로 삼아 화성 달력을 만들고 연도를 매기기 시작했다. ‘화성 37년’ 새해의 마지막날은 2024년 11월11일이 된다.
서리가 내린 화성 남극 인근의 두 충돌구 풍경. 남극이 봄을 맞은 지난 5월에 찍은 것으로 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마스익스프레스가 촬영했다. 12월25일은 마스익스프레스가 화성 궤도에 도착한 지 19년이 되는 날이었다. 유럽우주국 제공
화성에도 지구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다. 자전축이 23도 기울어져 있는 지구와 비슷하게 2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성은 4계절의 길이가 각기 다르다. 태양에서 가장 먼 때(원일점)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때(근일점)의 거리 차이가 4000만km가 나는 타원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전 궤도가 원형에 가까운 지구는 4계절의 길이가 모두 비슷하다.
화성은 북반구의 하지점 근처에서 원일점을, 남반구의 하지점 근처에서 근일점을 지난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봄은 7개월, 여름은 6개월, 가을은 5.3개월, 겨울은 4개월 정도다. 북반구의 하지가 원일점과 거의 일치한다는 건 북반구 기후가 남반구보다 상대적으로 더 따뜻하다는 걸 뜻한다. 화성의 남반구는 여름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때여서 온도가 더 높지만 매우 짧다.
북반구 봄철의 극지 사구지대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모래언덕에 서리가 덮여 있다. 서리가 사라지면 검은색 지형이 더 드러난다. 나사 제공
화성을 다룬 과학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먼지폭풍은 남반구의 하지 무렵에 시작된다. 화성은 남반구의 여름 기간 중 근일점을 통과하면서 온도가 껑충 올라간다. 이때 축적된 에너지가 거대한 먼지폭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먼지폭풍은 때론 몇주, 때론 몇달 동안 지속된다.
화성의 겨울에 충돌구 가장자리에 내린 이산화탄소 서리. 나사 제공
화성의 겨울 모습은? 화성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보다 태양에서 수천만km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화성의 겨울은 매우 혹독하다. 극지방의 경우 온도가 영하 120도 아래까지 내려간다. 화성의 겨울에도 눈이 내린다. 얼음도 얼고 서리도 내린다. 하지만 대기가 건조해 지구에서처럼 펑펑 쏟아지거나 쌓이지는 않는다. 화성의 눈은 물이 언 얼음과 이산화탄소가 언 드라이아이스 두 종류다. 하지만 물얼음 눈은 땋에 닿기 전에 사라지고 실제로 땅에 내리는 건 드라이아이스 눈이다. 화성의 공기는 95%가 이산화탄소다.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 밑에 있던 가스가 지표면을 뚫고 분출하는 모습. 나사 제공
게다가 화성의 눈은 극지, 구름 아래, 밤에만 볼 수 있다. 눈을 구경하가 매우 어렵다. 화성 궤도선의 카메라는 눈이 구름에 가려져서, 지상의 탐사선 장비는 극한의 추위를 견뎌내기 어려워 눈 내리는 모습을 촬영하기 어렵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새로 개발된 첨단 과학장비 덕분에 이제는 화성의 눈도 포착할 수 있게 됐다. 2006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정찰궤도선(MRO)의 적외선기상관측장비(MCS)는 구름을 투과해 그 아래쪽의 눈을 볼 수 있다. 2008년 화성 북극에서 1600km 떨어진 곳에 착륙한 나사의 피닉스 탐사선은 레이저 장비로 물얼음 눈을 포착했다. 그러나 이 눈은 땅에 닿기 전에 기체가 돼 날아가 버렸다.
화성의 얼음이 녹으면서 생긴 특이한 모양. ‘계란 프라이’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나사 제공
봄은 길지만 지구보다는 훨씬 추워 겨울이 끝나면 얼음이 녹는다. 대기밀도가 약하고 건조한 화성에선 얼음 고체가 액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체로 날아간다. 얼음이 녹는 과정에서 거미나 달마시안 반점, 달걀 프라이, 치즈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모양의 얼음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해빙은 또 간헐천을 분출시키기도 한다. 햇빛이 얼음 아래의 가스를 가열해 가스가 얼음을 뚫고 분출하는 현상이다. 화성의 봄은 길지만 지구보다 훨씬 춥다. 태양과의 평균 거리가 지구보다 1.5배 더 먼 데다 공기도 희박해 열 에너지를 붙잡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여름엔 한낮에 영상 20도(적도에선 35도)까지 올라가지만, 이때도 밤에는 영하 70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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