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계획 중에는 알찬 시간 사용법이 빠지지 않는다. 1000년 전 송나라 주희는 “늙기는 쉬워도 배움을 이루기는 어려우니, 한순간도 가벼이 보내지 말라”고 읊었는데, 현대인은 이미 시간 절약 기술을 온몸으로 실천 중이다. 걸으면서 문자를 보내고 식사하며 동영상을 감상하고 소셜미디어를 확인하며 잠들고 있다. 보행자와 대중교통 승객 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이 소수파가 된 지 오래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2017년 “넷플릭스는 고객의 수면 시간과 경쟁 중이다”라고 공언했는데, 현실이 된 셈이다. 전자우편, 당일배송, 배달앱 등 시간 절약 기술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시간 기근에 시달리게 되는 현상은 ‘타임 푸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제임스 글릭은 “우리가 더 많은 시간 절약 도구와 전략을 장만할수록 더욱 시간에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시간 절약 도구인 디지털 기술이 점점 더 이용자들의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일찍이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정보가 소비하는 이용자의 주의는 희소해진다”고 미래 정보사회의 과제를 예견했다. 디지털 경제는 주의력 빼앗기 경쟁이다. 오늘날 가장 뛰어난 통계학자, 심리학자, 개발자들은 이용자들의 의지력을 허물어뜨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설득형 추천 알고리즘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이 어떤 장면에서 다시보기를 하는지 파악하고 있으며, 모바일게임 앱은 이용자가 있는 곳의 배경음을 분석하고 있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등 주의력 산업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디지털 설득 기술은 훨씬 더 강력하고 보편적이며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구글에서 검색광고 전략을 개발하다가 기술윤리학자로 변신한 제임스 윌리엄스는 최근 저서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에서 2500년 전 알렉산드로스 왕과 디오게네스의 대화를 소환한다. 디지털 설득 기술은 알렉산드로스 왕처럼 “모든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우리는 디오게네스처럼 그가 소중한 햇빛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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