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탐구하는 이들, 특히 관측을 하는 이들에게는 매 순간마다 온 사방에서 편지가 쏟아진다. 쉼 없이 편지를 보내오는 이들은 바로 별이다. 별들은 ‘별빛’이라는 편지로 그들 자신과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신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얼마나 뜨거운지, 얼마나 무거운지, 지금 살고 있는 우주는 어떤지, 안팎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온다. 수다스러운 별들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직접 우주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우주를 탐구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별빛 편지들
별들이 보내는 편지들은 어떤 빛으로 쓰였느냐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빛’은 빛의 여러 종류 중에서도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만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시광선은 전체 빛, 즉 전자기파 중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시광선 외에 여러 종류의 빛들이 파장에 따라 줄지어 존재한다.
빛의 파동이 빠르게 진동해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큰 빛이고, 파동이 느슨히 넘실거려 파장이 길수록 에너지가 작은 빛이다.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큰 빛에는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 이유인 자외선, 병원 검사에서 쓰이는 X-선, 암 치료에 쓰이는 감마선이 있다. 모두 오래 쪼이면 인체에 해로운 빛들이다.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낮은 빛에는 열을 전달해주는 적외선, 방송과 통신에 쓰이는 전파가 있다. 이들 모두가 빛의 종류인 동시에 별들이 보내는 편지의 종류다.
편지함도 종류별로!
한번 상상해보자. 지금부터 우리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빛을 볼 수 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빛들이 무슨 색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마다 가시광선과는 다른, 처음 보는 색의 향연일 것이다. 그대로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전파부터 감마선까지 색색의 편지들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최대한 많은 편지들을 담아내야 한다. 별과 우주의 소식을 담은 귀하디귀한 편지들이니 놓쳐서는 안 된다.
다채로운 빛의 편지들을 한 번에 다 담으려니 눈이 아프다. 게다가 빛의 종류별로 특성이 다른 탓에 받는 법도 서로 달라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여러 일이 산더미인 이런 상황에서는 분업이 답이다. 빛의 종류가 너무 많다면 종류별로 편지함을 나누어 담으면 된다! 가시광선에서 예를 들자면 빨간색만 보이는 색안경을 쓴 편지함이 빨간색 편지만을 담고, 파란색만 보이는 색안경을 쓴 편지함이 파란색 편지만을 쓸어 담도록 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편지들을 받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전파 색안경을 쓴 각각의 편지함들이 분업을 한다면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편지들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각 빛에 최적화된 편지함, 망원경들을 설치했다. 가시광 편지를 담는 광학 망원경 외에도 적외선 망원경, 자외선 망원경, X-선 망원경, 감마선 망원경, 전파 망원경들이 종류별로 있다.
빨간 색안경과 파란 색안경을 끼고 본 세상이 다른 모습인 것처럼, 다른 빛으로 쓴 편지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긴다. 빛의 종류마다 특성이 다르고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별이 보낸 편지라도 X-선 편지와 적외선 편지의 내용은 다르다. 예를 들어 매우 높은 에너지를 내뿜는 격렬한 사건은 X-선 편지에, 에너지가 다소 낮은 차가운 물질들의 이야기는 적외선 편지에 실려 올 것이다. 아래 그림은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과, 수천억 개의 별들이 살고 있는 이웃 은하 안드로메다에서 온 편지들이다.
그림 태양과 가장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이다. 빛의 종류별로 다른 모습,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주에 설치해야 하는 편지함
별과 우주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편지들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편지함들이 분업을 해도 편지를 받는 데에는 저마다 나름의 어려움이 따른다.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빛들이기에 각자만의 고충이 있다.
지구에 도착하는 편지들은 지구의 대기를 맞닥뜨리는데, 대기를 뚫고 땅에까지 도달하는 편지가 많지 않다. 땅에서 주로 받는 편지는 가시광과 일부 전파 편지뿐이다. 결국, 나머지 편지들을 받기 위해선 눈물을 머금고 편지함을 지구 밖 우주로 보내야 한다. 지구에서도 모자라 정든 고향을 떠나 광활한 우주에서까지 바삐 일하는 편지함들, 우리를 위해 별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편지함들,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편지들을 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이번에는 우리가 들어보자.
가장 따뜻한 편지 적외선, 지구 밖으로
가장 따뜻한 편지가 있다면 단연 적외선 편지일 것이다. 적외선은 열을 전달하는 성질이 있다. 지구의 우리가 저 먼 태양으로부터 오는 햇빛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적외선이 열을 싣고 오기 때문이다.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온기를 전달해주는 적외선은 겨울철 필수품인 히터에 많이 활용되는데, 흔히 보이는 빨간 빛을 내는 히터들 모두 적외선을 통해 주위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히터뿐 아니라 사람도, 동물도, 지금 이 글이 보이는 종이 혹은 모니터도, 차가운 얼음도, 온도를 지닌 모든 물체는 적외선을 방출한다. 그래서 야간 투시 장비나 열화상 카메라 등 두루두루 쓰인다.
온도가 있는 물체는 적외선을 낸다. 그 덕에 가시광으로 편지를 쓸 여력이 없어 아주 어둡고 차가운 이라 하더라도 적외선 편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적외선의 이러한 특징은 오히려 편지를 받는 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온도가 있는 물체가 적외선을 낸다는 것은 편지함, 망원경 그 자체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망원경 자체가 방출하는 적외선이 편지를 받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적외선 망원경은 자기 자신이 내뿜는 적외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온도를 극도로 낮추는 냉각 장치를 달고 산다. 냉각 장치는 적외선 망원경이 편지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명을 좌우하는 링거 같은 것이다.
적외선 편지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구 대기 또한 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적외선 편지는 지구 대기 적외선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지구 대기 중의 수증기는 적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편지를 가로채 가기도 한다. 이토록 받기 까다로운 적외선 편지이기에, 지상의 적외선 망원경은 대기의 영향을 되도록 피할 수 있도록 건조한 지역의 높은 산꼭대기에 설치한다. 심지어는 비행기에 싣기도 한다. 이후 기술의 발달로 적외선 편지함들이 로켓과 인공위성에 실려 우주로 올라가면서 외계 행성의 존재 등 이제까지 받지 못했던 놀라운 내용의 적외선 편지들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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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일상 속 '빛'으로 별을 본다 – Sciencetimes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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