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귀를 통해 외부의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기체인 공기, 액체인 물을 비롯해 여러 고체와 같은 ‘탄성매질’을 통해 전달된다. 아무 물질이 없는 텅 빈 공간에서는 소리가 전달될 수 없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주는 대부분 텅 빈 공간으로 이뤄져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립자들의 거대한 흐름인 태양풍처럼 소립자들이 우주에서 여러 방향으로 방사돼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립자들이 탄성매질 역할을 한다면 소리가 만들어지거나 전달될 수 있다.
소립자들의 진동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들어진 소리가 소립자로 이뤄진 매질을 타고 지구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구 외부에서는 우주탐사선을 이용해 태양풍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소립자 검출 센서에 들어오는 소립자의 충격을 소리로 바꾼 것이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로 변환해 신비한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초신성과 중성자별에서 오는 빛, 그리고 태양이나 태양계 행성에서 날아오는 전파 방출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이는 우주가 결코 적막하지 않다는 뜻이다. 단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직접적인 소리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지, 검출기를 이용해 얼마든지 소리로 변환해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전파도 소리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는 파동이다. 근원은 다르지만, 진동 현상이라는 면에서는 성격이 같다. 우리는 청각이라는 센서로 오직 ‘매질 진동’만 듣게끔 진화해왔다. 모든 파동 현상을 소리 진동으로 변환시킬 수 있으며, 우리가 원한다면 수면파의 물결 진동이나 대기의 오로라 진동도 모두 소리로 변화해 들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우주의 시초인 빅뱅에서 발생한 우주의 전파 배경 잡음, 즉 ‘우주 배경 복사’까지 소리로 변환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20대부터 시력을 잃은 음파 천체물리학자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의 완다 디아즈 머시드 박사가 우주의 변화를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해 연구한 사례가 있다. ‘음성화(sonification)’ 기술을 적용시켜 보이지 않는 우주의 빛을 소리로 변환해 귀로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우주는 더 이상 어둠의 세계도, 침묵의 세계도 아니다. 우주는 빛으로, 입자로, 파동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다양한 우주의 소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우리의 귀로 우주의 소리를 직접 느껴보자. 이제 우주는 청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친근하고 실감 나는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우주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소리 과학의 미래] 빛·입자·파동에…'시끌시끌'한 우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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