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자동차 운전 중에 차가 바람에 휘청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속도를 줄여 운전하였다. 불안한 마음이 든 것은 빠른 속도에서 자동차 방향 제어가 어렵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이면 바람에 차가 휘청이더라도 차의 이동 반경이 속도가 높을 때보다 작아 차를 제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는 우주발사체(로켓, 이하 발사체)의 속도는 초속 10km가 넘는다. 이 속도를 시속으로 단순 변환해 보면 시속 3만6000km이다. 울산-서울 간 거리가 375km 정도이니, 초속 10km이면 서울까지 도착하는데 37.5초가 걸린다. 그렇다면 이 어마어마하게 빠른 발사체는 어떻게 방향 제어를 하여 목표 궤도(orbit)까지 이동할 수 있을까?
▲ 그림 1. 발사체(로켓)의 궤도까지 이동 경로. 출처: science ABC |
발사체가 지표면에서 출발하여 목표 지구궤도에 이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중력과 공기저항이다. 발사체의 효율적 비행에 있어 중력과 공기저항은 상충관계(trade-off)에 있다. 공기저항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길은 공기층인 대기권을 빠르게 돌파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발사체가 수직으로 이동하여 궤도로 단번에 이동하는 것이 좋지만, 수직이동을 하게 되면 발사체의 맨 하단에 있어 배기가스를 분사하는 로켓엔진에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발사체의 이동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중력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수평 방향으로 이동한다면 대기권을 돌파하는 거리가 길어져 발사체의 비행 효율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완전 수직·수평 이동이 아닌 양측을 적정하게 섞은 중간 구성이 필요하다. 발사체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기인하는 추력을 이용함으로 초기 출발은 수직으로 하되 이후 머리 부분을 숙여 점차 수평의 이동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그림1 참조). 비록 수직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거리는 길어지지만 중력과 공기저항을 적절하게 극복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적인 이동을 수행할 수 있다.
▲ 그림 2. 병진운동과 회전운동.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
발사체는 앞서 설명한 지구궤도까지 이르는 이동 경로를 크게 병진운동(translational motion)과 회전운동(rotational motion)의 두 가지 운동방식으로 비행한다. 병진운동은 강체(rigid body)의 전체가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운동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강체란 외력에 의해 그 형태나 모양이 변하지 않는 물체에 대한 개념적 표현이다. 그림 2를 보면, 바퀴가 나오는데 이 바퀴는 비록 강력한 외력을 주면 부서지지만 일정 이상의 외력에서는 그 형태가 변하지 않으므로 강체로 가정할 수 있다. 바퀴의 이동은 바퀴 전체가 움직이는 이동이므로 병진운동을 한다. 회전운동은 어떤 중심점을 기준으로 강체가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운동으로 그림 2에서 바퀴의 굴러가는 운동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발사체의 병진·회전운동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발사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을 유도항법제어(Guidance Navigation Control)라고 하는데, 유도는 발사체의 이동 경로를 결정하는 것을, 항법은 현재 발사체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그리고 제어는 발사체의 병진·회전운동을 위한 자세제어를 하는 것을 지칭한다. 발사체는 유도항법제어 시스템을 통해 지표면에서 목표 궤도에 이르는 비행을 정확하게 수행한다.
유도항법제어 시스템은 크게 운용 소프트웨어, 탑재전장품, 작동기의 3가지로 구성된다. 운용 소프트웨어는 유도·항법·제어를 위한 연산·분석·판단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탑재전장품은 운용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는 컴퓨터와 전자 센서들 그리고 이들 간의 전기신호를 소통하기 위한 회로 등의 하드웨어들을 지칭한다.
작동기는 실제 발사체의 자세제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계 기구들이다. 전자 센서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발사체의 회전운동을 감지할 수 있는 자이로스코프(gyroscope)이다. 발사체의 병진운동은 추력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실제 발사체의 방향 전환과 자세교정은 회전운동에 의해서 실현된다. 따라서 회전운동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자이로스코프가 발사체 자세제어의 가장 핵심적인 센서라 할 수 있다.
발사체의 작동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발사체의 로켓엔진을 몸체 방향에 고정하고 추가적인 자세제어용 추진기를 사용하는 방식과 로켓엔진 또는 엔진 노즐의 방향 등을 제어하여 분사되는 가스의 방향을 조정하는 추력벡터제어(Thrust Vecotr Control) 방식이 있다. 추가적인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추력벡터제어 방식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추력벡터제어는 크게 로켓엔진의 연소실 전체를 움직이는 짐벌(Gimbal)방식과 엔진노즐 방향을 제어하는 느즐 방식 두 가지가 있는데 짐벌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짐벌은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물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의미하는데, 최근 많이 쓰이고 있는 전자 셀카봉이 한 예이다. 전자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거치하고 버튼으로 손쉽게 스마트폰을 좌우상하로 움직일 수 있다. 스마트폰이 거치대라는 축에 고정되어 회전운동을 하는 것이다.
발사체는 지구인, 위성, 궤도 망원경, 우주정거장 모듈이나 물품 등의 탑재물을 싣고 우주공간으로 비행하여 해당 탑재물을 전달하는 택배 서비스와 같다. 정해진 위치까지 이동하기 위해 중력과 공기저항이라는 거대한 힘을 로켓엔진의 추력으로 극복하고 목표까지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가기 위해 유도항법제어 시스템으로 자세제어를 수행한다. 발사체가 목표 궤도까지 이르는 과정은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반드시 문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답은 있다.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해답이 있는 것이다. 해답은 완벽이 아니라 완전함에서 만날 수 있다. 우주로 지구인이 날아갈 수 있다는, 과거 상상하지도 못한 꿈이 완벽한 발사체 기술이 아니라 완전한 발사체 기술로 실현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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