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현 세종대 교수,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발표
국내 교수가 장주기 쌍성의 궤도운동을 분석해 뉴턴역학이 중력이 약해질 때 성립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6일 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장주기 쌍성 궤도운동에서 뉴턴역학이 붕괴한다는 결정적 증거를 얻었다"며 연구결과를 24일(현지시각) 미국천문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뉴턴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 등은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주류 이론으로 꼽힌다. 다만 일부 설명할 수 없는 천체운동을 해석하기 위해 질량은 있으나 보이지 않는 물질인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하기도 한다. 암흑물질은 중력을 통해 우주에 존재한다는 걸 유추할 수 있으나 전혀 관측되지 않아 지금까지 그 존재가 수수께끼에 가려 있다.
▲ 장주기 쌍성 시스템의 모습. |
이 때문에 일부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에 대한 대안으로 암흑물질 없이 뉴턴역학에 맞지 않는 천체 현상을 설명하는 수정뉴턴역학(MOND)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정뉴턴역학은 가속도가 0에 가까운 아주 작은 중력에서는 뉴턴역학이 위배된다고 보고 이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1983년 이스라엘 물리학자 모르더하이 밀그롬 와이즈만연구소 명예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이후 암흑물질 없이 은하의 회전 속도를 설명하는 등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수정뉴턴역학을 확인할 수 있는 천체현상 후보로 장주기 쌍성이 최근 주목받아 왔다. 장주기 쌍성은 두 별이 태양과 지구 간 거리인 1AU의 수백~수천 배 거리를 두고 서로를 공전하는 항성계로, 규모가 작아 암흑물질과 무관하게 중력 영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채 교수는 유럽항공우주국(ESA) 가이아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650광년 이내 2만6천500여 개 장주기 쌍성 데이터를 분석했다. 쌍성이 겪는 중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속도를 두 별 사이 거리에 따라 계산하고 이를 뉴턴역학에서 예측되는 가속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거리가 1천 AU 이내일 때는 쌍성 궤도 운동의 중력 가속도가 뉴턴역학과 일치하지만, 2천 AU 이상에서는 뉴턴역학의 예측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5천 AU 이상에서는 뉴턴역학 예측치의 1.4배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채 교수는 설명했다.
이 관측은 수정뉴턴역학에 기반해 밀그롬 교수 등이 제안한 수정중력 이론인 'AQUAL'의 예측처럼 외부 중력장 효과도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채 교수는 강조했다.
채 교수는 이번 결과가 제대로 검증된다면 뉴턴역학뿐 아니라 강한 등가원리를 따르는 일반상대성이론도 수정되어야 하고, 약한 가속도 영역에서 요구되던 많은 양의 암흑물질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분석 결과가 수정뉴턴역학에서 예측한 값에 거의 정확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결과가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며 데이터 분석에 사용한 프로그램 코드도 모두 공개했다고 말했다.
밀그롬 명예교수는 "이번 결과는 최첨단 데이터를 매우 세심하고 주의 깊게 분석해 얻어진 것"이라며 추가 검증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이번 발견이 검증되고 특히 MOND의 예측과 일치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는 천체물리, 기초물리학, 우주론 전반에 가늠하기 힘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앞으로 장주기 쌍성과 다른 데이터를 통한 중력테스트를 계속할 것"이라며 "지구의 중력 가속도와 같은 일반적인 과학적 사실로서 견고해질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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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기 쌍성 궤도운동서 뉴턴역학 붕괴 발견" - 전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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