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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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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천문학자라고 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가장 좋아하는 별은 무엇인가요?” 

나는 별보다는 은하를 단위로 우주를 연구한다. 별은 다들 비슷비슷한 작은 점으로만 보일 뿐이지만, 은하는 아주 다양한 모양과 특색을 뽐낸다. 각각 차이와 특징이 뚜렷한 은하들 중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은하를 고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다들 비슷하게 보이는 작은 점인 별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별을 고르는 건 굉장히 난감하다. 그런데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별’도 자신 있게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천문학자들이 주목한 별이 있다. 센타우르스자리 방향으로 370광년 떨어진, 태양보다 살짝 가볍고 미지근한 별 PDS 70. 얼핏 평범하고 시시한 별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 45억 년 전 지구와 태양계에서 벌어졌던 역사가 정확히 똑같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우리의 과거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현장, PDS 70에서 최근 밝혀진 놀라운 비밀 두 가지를 소개한다. 

하나의 궤도 위에서 두 개의 행성이 공존하는 PDS 70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PDS 70은 540만 년 밖에 안 된 아주 어린 별이다. 이제 막 탄생한 별인 만큼 아직도 그 주변 먼지 원반 속에서 새로운 행성이 반죽되고 있다. 2012년에는 먼지 원반 속 넓게 벌어진 텅 빈 틈의 존재도 발견했다. 천문학자들은 원반 입자들 일부가 새로운 행성으로 반죽되면서 생긴 틈으로 추정했다. 

2018년과 2019년, 천문학자들은 VLT 망원경을 활용해 이 별 곁에서 두 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직접 관측을 통해 그 모습을 실제 사진으로 남겼다. 두 행성은 각각 목성의 7배, 4배 정도로 무거운 거대한 가스 행성이다. 천문학자들은 더 바깥에 있는 PDS 70c 행성 주변에서 새로운 위성이 반죽되는 작은 먼지 원반이 하나 더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우리 달 정도 위성을 세 개는 만들 만큼 충분한 먼지 원반이 PDS 70c 행성을 감싸고 있다. PDS 70은 새로운 행성, 새로운 위성까지, 행성계의 기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현장이다! 

PDS 70 별 주변 원반 속에서 발견된 두 개의 외계행성. 사진=NRAO/AUI/NSF/S. Dagnello
 

최근 PDS 70에서 새로운 존재를 또 발견했다. 천문학자들은 ALMA 전파 망원경을 통해 안쪽 행성 PDS 70b 바로 옆에서 희미한 얼룩을 포착했다. 워낙 흐릿한 얼룩이라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천문학자들은 우리 달의 3%에서 최대 달 두 개 정도 질량이 모인 먼지 구름 덩어리로 추정한다. PDS 70b 바로 옆에서 새로운 행성이 하나 더 반죽되고 있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새로 발견된 얼룩은 정확히 PDS 70b 와 같은 궤도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구름 덩어리는 중심 별 PDS 70과 행성 PDS 70b에서 약 60도 정도 벗어난 곳에 위치한다. 정확히 중심 별과 그 곁의 행성, 둘의 중력이 균형을 유지하게 되는 라그랑주 포인트에 해당한다! 태양과 지구 주변에서도 라그랑주 포인트가 존재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L1, 태양 반대쪽에 L2가 있다. L2는 최근 제임스 웹, 유클리드 등 여러 우주 망원경이 궤도를 도는 포인트다. 그리고 지구 정반대편 태양 너머에 L3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구와 같은 궤도상에서 60도 정도 벗어난 위치에 L4, L5 포인트가 존재한다. PDS 70에서 새로 발견된 구름 덩어리는 정확히 PDS 70b 행성의 L4, L5 포인트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다. 이 구름 덩어리가 결국 또 다른 작은 행성으로 뭉치게 된다면, 행성 두 개가 정확히 같은 궤도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PDS 70b 행성과 같은 궤도상의 라그랑주 포인트에 있는 또 다른 구름 덩어리를 발견했다. 사진=ALMA(ESO/NAOJ/NRAO)/Balsalobre-Ruza et al.

태양계에서도 가장 덩치 큰 행성 목성의 L4, L5 포인트에 작은 소행성들이 안정적으로 붙잡혀 함께 궤도를 돈다. 목성과 같은 궤도를 공유하는 소행성인 셈이다. 이들을 트로이군 소행성이라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작은 소행성뿐 아니라 아예 또 다른 행성이 L4, L5 포인트에 놓인 채 같은 궤도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껏 실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그 실제 사례로 추정되는 현장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발견은 45억 년 전, 우리 지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지구 궤도에 지구 딱 하나만 돌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아주 오래전, 지구의 L4 포인트에 놓인 채 함께 같은 궤도를 돌던 조금 더 작은, 화성만 한 크기의 고대 행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목성과 토성의 지속적인 섭동으로 인해 이 고대 행성은 L4 포인트를 벗어나 결국 지구와 격렬하게 충돌했다. 충돌 이후 튀어나간 파편이 지구 곁을 맴돌며 반죽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달이 되었다고 추정한다. 오래전 지구의 L4 포인트에서 지구와 같은 궤도상에 놓여 있던 고대 행성, 테이아의 이야기다. 

PDS 70은 아직도 한창 새로운 행성과 위성까지 탄생하고 있는 높은 밀도의 원반으로 둘러싸여 있다. 먼지 원반은 이미 만들어진 행성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PDS 70 곁에서 같은 궤도를 공유한 두 행성의 궤도도 서서히 흐트러지며 언젠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행성들은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이 아닌 가스 행성으로 보인다. 그래서 충돌 과정과 결과가 지구에서 벌어졌던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PDS 70 곁에서 확인된 트로이군 행성의 존재 가능성은, 오래전 지구와 부딪쳐 달을 남긴 테이아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라그랑주 포인트에 놓여 함께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두 행성의 존재는 지구에 벌어졌던 대충돌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사진=ESO/L. Calçada

이 놀라운 현장을 제임스 웹도 포착했다. 천문학자들은 MIRI 장비를 통해 PDS 70 주변 먼지 원반 속 다양한 화학 성분들을 검출했다. 그리고 물분자, 수증기를 확인했다! 중심 별 곁에서 약 1억 6000만 km 떨어진 범위까지 수증기가 존재한다. (태양-지구 사이 거리 정도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갓 태어난 어린 별 가까이에서는 별에서 나오는 강렬한 자외선 빛으로 인해 얼음과 수증기가 대부분 증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생각보다 별에 훨씬 가까운 범위에도 물, 수증기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문학자들은 중심 별빛이 그 주변 먼지 원반을 통과하면서 에너지가 더 낮은 적외선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강렬한 자외선이 아닌 미지근한 적외선 빛이 비추면 예상보다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하지 않은 채 먼지 원반 안쪽에서도 버틸 수 있게 된다. 

이 발견은 지구의 바다를 채운 물의 기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동안 많은 천문학자들은 지구 물의 기원을 지구 바깥, 소행성이나 혜성에서 찾았다. 과거 지구 궤도 정도에서는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 물, 수증기가 대부분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PDS 70은 별을 에워싼 두꺼운 먼지 덕분에 수증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지구 바깥, 소행성, 혜성까지 가서 지구 물의 기원을 찾아 헤맸던 천문학자들의 시선을 다시 지구 궤도 쪽으로 되돌려주는 발견이 될 수도 있다. 

비슷한 영역에서 제임스 웹은 굉장히 풍부한 규산염 먼지들의 존재도 확인했다. 규산염은 규소를 기반으로 하는 성분으로, 우리 지구의 암석을 구성하는 가장 흔한 성분이다. 정확히 우리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을 만들 수 있는 아주 많은 양의 규산염 먼지들이 PDS 70 별 곁을 에워싸고 있다! 그것도 딱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물론 아직 PDS 70 별 곁에서 덩치가 작은 암석 행성이 발견된 적은 없다. 지금까지 발견된 PDS 70b, c 모두 목성보다 더 큰 가스 행성이다. 하지만 만약 더 시간이 흘러 이 원반 안쪽의 부스러기가 더 반죽된다면 규산염과 물을 머금은, 암석과 바다로 채워진 지구와 같은 세계가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PDS 70 별 주변 먼지 원반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사진=NASA, ESA, CSA, Joseph Olmsted(STScI)

PDS 70의 현장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서도 지역에 따라 원시적인 방식에 가깝게 살아가는 부족들이 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지구에서 수백 수천 년 차이가 나는 문명이 공존하는 셈이다. 우리 우주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으로 봤을 때, 갓 형성되기 시작한 어린 항성계 PDS 70은 우리 지구와 태양계보다 40억 년 뒤늦게 시작된 세계다. 그 덕분에 PDS 70과 같은 갓 태어난 항성계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태양계의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 여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어딘가에는 반대로 40억~50억년 뒤 태양이 폭발과 함께 사라지며 만들게 될, 우리의 머나먼 미래의 모습도 공존한다. 수억, 수십억 년 앞서거나 뒤쳐진 서로 다른 순간의 모습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우리 우주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0f83

https://science.nasa.gov/pds-70-disk-planets-and-moon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317-9?fbclid=IwAR3AfjPWgYNjPuuQROLgtyMV58AomGtrfEaYOC3pbcNHSkrjzvrgh2u_Uhs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news-releases/2023/news-2023-130?fbclid=IwAR2WZtEkvv975aayprZrWYmAXFPN2kfYBElskFQDgFvgYuoLsuQ9qBYT2SM

https://www.aanda.org/articles/aa/full_html/2023/07/aa46493-23/aa46493-23.html

https://www.stsci.edu/jwst/science-execution/program-information?id=1282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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