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입력 : 2023-10-29 19:36:51
-
옛날 인도에 토끼와 원숭이, 여우가 살았다. 어느 날 배가 고픈 노인이 쓰러지자 원숭이는 나무 열매를, 여우는 물고기를 잡아다 줬지만 토끼는 아무것도 구하지 못했다. 결국 토끼는 자신의 몸이라도 먹으라며 모닥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알고 보니 그 노인은 하느님이었고, 그 마음에 감동해 토끼를 달나라로 올려 보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설화집 곤자쿠에 실린 ‘달나라 토끼’의 유래다. ‘달나라에 사는 방아 찧는 토끼’는 한국과 인도, 중국,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1959년 소련의 루나2호는 세계 최초로 무인 달착륙에 성공했다. 1969년 미국의 항공우주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반세기가 흐른 21세기, 또다시 달나라 탐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물론 유럽우주국(ESA),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 우주 탐사국들이 앞다퉈 달에 우주 정거장과 유인기지 건설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선언했다. 2032년까지 무인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켜 자원 채굴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올해부터 본격 대한민국 우주시대를 이끌어 갈 예정이었던 사천 우주항공청의 개청은 정쟁의 대상이 돼 7개월 넘게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전 세계가 우주강국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달 탐사 시계만 거꾸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우주산업 비율은 전 세계의 1% 안팎에 그친다.
▼현재의 우리뿐만이 아닌 미래의 우리(미래세대)를 위한 최상의 판단을 ‘포사이트(foresight)’라 한다. 달나라 토끼의 시대는 끝나고 달나라 유치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 여느 때보다 발 빠른 포사이트가 필요한 시기다. 100년, 아니 10년 뒤 달나라를 상상해보라. 1년의 지각이 미칠 후폭풍을 가늠할 수나 있겠는가.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가고파] 달나라-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경남신문
Read More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