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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17, 2022

[심채경의 랑데부] 결코 멈추지 않는 보이저 탐사선처럼 - 한겨레

반세기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 보이저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스톤 박사. 어쩌면 보이저 탐사선은 세쌍둥이라고 불러야 할 수도 있다. 우주로 나간 보이저 1호, 2호, 그리고 지구상에 남아 있는 스톤 박사까지 셋 말이다. 한가지 일을 반세기 동안 계속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태양권 외부에 있는 보이저 1호와 2호 탐사선의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태양권 외부에 있는 보이저 1호와 2호 탐사선의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심채경 |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는 1977년 지구를 떠난 이래 우주탐사 역사상 가장 많은 행성을 방문했다. 태양계 바깥쪽으로 항행하며 우리에게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 근접사진을 선물했다.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는 격렬하게 폭발하고 있는 여덟개의 활화산을 발견했고,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는 지구처럼 질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짙은 대기가 있고 메테인으로 된 비가 내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을 찍은 사진에는 얼어붙은 질소 입자가 간헐천처럼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 포착됐다. 지구 바깥에도 그런 세상이 있다니, 보이저는 인류의 두 눈이 돼 우주를 보는 우리의 시야를 극적으로 넓혀나갔다. 점차 어두워지는 낯선 세상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간 보이저는 태양계 끝자락에 가닿은 뒤로도 별들 사이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200억㎞에 달하는 기나긴 항행. 인류가 만든 인공물체 중 가장 먼 곳에 도달했으며 계속해서 더 멀리 나아갈 보이저 탐사선을 따라, 우리의 우주는 오늘도 한층 더 넓어졌다. 싱어송라이터 윤하가 ‘오르트 구름’에서 노래하듯, 경계의 끝자락을 넘어, 길을 넘어, 보이저는 누구도 본 적 없는 낯선 우주 속 한계를 넘어 계속해서 달려간다. 반세기 동안 보이저의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한 사람이 있다. 보이저가 지구를 떠나기 5년 전인 1972년부터 보이저 탐사 임무의 프로젝트 과학자로 일해온 에드워드 스톤 박사다. 그는 20대 때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 임무에 참여하다 30대 후반 보이저 탐사 임무를 만나 이 모험적인 탐사의 과학연구를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보이저가 워낙 많은 행성과 위성을 방문했기에 관련된 과학자 그룹 수가 여남은개나 되었는데 이들을 잘 조율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반세기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 보이저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스톤 박사. 어쩌면 보이저 탐사선은 세쌍둥이라고 불러야 할 수도 있다. 우주로 나간 보이저 1호, 2호, 그리고 지구상에 남아 있는 스톤 박사까지 셋 말이다. 한가지 일을 반세기 동안 계속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보이저는 태양계 저 멀리 바깥세상을 바라보았고, 지구인들은 그 모든 발견을 설명하는 그의 입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봐왔다. 수많은 상장과 훈장, 그의 이름을 딴 소행성 ‘5841 스톤’이 그가 이룬 업적을 말해준다. 지난달 말, 스톤 박사는 지난 50여년간의 질곡과 영광을 마무리하고 보이저 프로젝트 과학자 자리를 후배 린다 스필커 박사에게 물려줬다. 스필커 박사도 전임자처럼 보이저의 두번째 반세기 기록을 달성하게 될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1970년대에 제작해 탐사선에 실은 전력원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보이저 탐사선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일부 장비의 전원을 끄고 필수적인 장치만 작동시키고 있었다. 아직은 그 멀리에서도 지구와 통신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 정말 몇년 남지 않았다고 한다. 더는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없어 모든 것이 꺼진 뒤에도, 보이저는 끝없는 우주 항행을 계속할 것이다. 우주에서는 에너지를 써서 의도적으로 멈추거나 다른 천체의 중력에 이끌리지 않는 한 움직이는 속도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코 멈추지 않는 보이저 탐사선처럼, 스톤 박사도 연구자로서 끊임없이 전진하며 광대한 우주를 함께 유영했다. 먼 훗날 언젠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우리 보이저를 발견하고 탐사선 옆구리에 붙어 있는 ‘골든 레코드’를 통해 지구인의 존재를 감지할지도 모른다. 윤하의 노래에서처럼 “울타리 밖에 일렁이는 무언가, 그 아무도 모르는 별일지”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 보이저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탐사선을 잘 만들어 지구 밖으로 쏘아 보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고 도전적이며 엄청난 기술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일이지만, 진정한 임무는 그 뒤에 시작한다. 선로를 깔고 열차를 만드는 이유가 목적을 갖고 목적한 곳에 가닿기 위해서이지 단지 제작과 발사, 운용기술을 뽐내기 위해서만은 아니듯이 말이다. 하나의 탐사선 프로젝트가 발사 뒤 45년 동안이나 지속하는 동안 인류 지식의 지평은 얼마나 넓어졌는가. 지난여름 지구를 떠난 우리 달 탐사선 다누리가 올 연말, 목표했던 달 궤도에 도달한다. 다누리의 임무는 그때부터 날개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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