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생태계에서 메시징 서비스 만큼 치열한 시장도 없을 겁니다. 지금이야 국내에서는 모바일 메시징 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톡’이 지배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여러 서비스들이 경쟁했었습니다.
카카오톡 직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이 승승장구 했습니다. 네이트온은 기존 메시징 기능에 싸이월드 미니홈피까지 연동되면서 사용률이 증가했습니다. 한 때 점유율 56%에 이르렀던 버디버디나 3대 메신저 중 하나였던 세이클럽 타키는 점유율 전부를 네이트온에 내줘야 했죠.
2000년 초반에는 MSN 메신저를 주로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 때는 MSN이 유일한 메시징 서비스면서 시초라고 생각했는데요. 마소 매거진 1999년 11월에 실린 ‘빠른 세대의 빠른 통신법, 인스턴트 메시징' 기사를 보니 MSN 메신저 외에도 시장 지배자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이 있었네요.
당시 마소 매거진은 마소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인스턴트 메시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 서비스는 전체 응답에서 31%를 차지한 ICQ 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18%를 차지한 AOL, 세 번째는 16%를 차지한 야후 메신저였습니다.
유일한 메신저로만 알고 있었던 MSN 메신저는 네 번째였고 응답률은 12%에 그쳤네요. 매거진에서는 "아웃룩, 핫메일, 넷미팅 등 다른 커뮤니티를 MSN 메신저에 통합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이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2위를 차지한 AOL(아메리카온라인)은 이듬 해인 1997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1998년 ICQ의 회사 ‘미라빌리스’를 인수하게 됩니다. AOL은 한 때(2006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52%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메시징 서비스로 대표되는 ICQ와 AOL은 전세계 메시징 서비스를 대표할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사실 국내에서는 (마소 구독자를 제외하고) 큰 인기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국내 환경에 더 친숙한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일 겁니다. 설문조사에서 기타를 선택한 응답자가 18%였는데요. 당시 조사 항목에 국산 메시징 서비스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국내에서 지니, 버디버디, 타키, 네이트온, 카카오톡 등이 서비스 되는 10년의 기간 동안 MSN 메신저를 제외하고 해외 메시징 서비스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국내 환경에 더 친숙한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짐작에 확신이 듭니다.
설문조사에서는 ‘메시징 기능을 앞으로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친구와 대화, 동호회 모임에서의 정보 교환, 미팅 등 기본 기능에서부터 문서 공유, 화상회의, 지식관리, 그룹웨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뉴스 실시간 중계, 증권 정보, 온라인 교육, 사이버 쇼핑몰, 전자상거래, 파일 전송, 결제 수단, 인터넷 국제전화 대체, 특징적인 게임 제작 등의 답변이 나왔는데요. 마소 매거진에서는 이를 ‘재미있고 획기적인 의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모든 ‘재미있고 획기적인 의견’들이 지금 메시징 앱 서비스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해 지네요.
"인스턴트 메시징은 앞으로 포털보다 더 큰 힘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소 매거진도 앞으로를 충분히 예측했던 것 같습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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