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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4, 2022

아바타가 입은 그 옷, 나도 사입었다···'피지털' 요즘 패션 트렌드 - MSN

메타버스 속 아바타와 현실의 내가 똑같은 옷을 입을 수 있다. 자라는 메타버스 제페토와 협업으로 세기말 인기 아이템을 구현한 Y2K컬렉션을 출시했다. 자라 제공 © 경향신문 메타버스 속 아바타와 현실의 내가 똑같은 옷을 입을 수 있다. 자라는 메타버스 제페토와 협업으로 세기말 인기 아이템을 구현한 Y2K컬렉션을 출시했다. 자라 제공

지난 10월 초 여의도 불꽃축제 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시원스레 복부를 드러낸 크롭트톱에 넉넉한 오버사이즈 팬츠를 입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세기말 유행한 Y2K 감성을 넘어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패션을 고스란히 현실에서 보는 듯했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룸의 아바타가 현실 유행 패션을 구현했다면, 지금은 가상현실의 패션 경험이 오프라인에서 재현되고 있다.

지난 9월 인디텍스그룹 자라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와 협업한 ‘Y2K’ 컬렉션을 출시했다. 하트 모양의 니트 톱, 핑크색 프릴 니트 스웨터 등 올해의 패션 트렌드인 세기말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깃털 달린 핸드백까지 가상현실에서 볼 법한 액세서리가 함께 출시돼 온라인 스토어와 일부 매장 그리고 제페토를 통해 판매됐다. 이런 아이템을 누가 살까 싶겠지만, 해당 제품은 출시 이후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다시 말하지만, 가상 페르소나인 아바타 꾸미기용 의상이 아닌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현실 의상’이다. 자라 측은 “가상 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새로운 패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는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디지털 제품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착용 가능한 제품, 즉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소유·공유할 수 있는 제품에 이끌린다. 자라 제공 © 경향신문 MZ세대는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디지털 제품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착용 가능한 제품, 즉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소유·공유할 수 있는 제품에 이끌린다. 자라 제공

요즘 소비자들은 가상 세계의 아바타가 입을 것 같은 독특한 패션 아이템을 통해 도전적이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고 반대로 현실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아이템은 제페토 공간에서 자유롭게 착용하고 있다.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새로운 경험에 중점을 둔 이전 메타버스 컬렉션과 달리 가상현실의 크리에이티브 경험을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대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이른바 ‘피지털(Physical+Digital)’ 컬렉션이다.

‘피지털’의 시작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쇼가 어려워진 패션계에서 시도한 ‘온라인 패션쇼’였다. 업계 최초로 맞춤형 비디오 게임을 통한 패션쇼 ‘애프터 월드: 더 에이지 오브 투모로’를 선보인 발렌시아가는 더 많은 관객을 패션쇼로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발망,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앞다투어 가상 체험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패션쇼를 기획했다. 선택받은 VIP나 유명인만이 쇼장의 맨 앞자리 ‘프런트로’에 앉을 수 있었던 패션쇼에서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만인의 쇼로 바뀌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디테일의 백을, 남자가 들어도 될까? ‘피지털’ 패션에 경계나 제약은 없다. 자라 제공 © 경향신문 이런 디테일의 백을, 남자가 들어도 될까? ‘피지털’ 패션에 경계나 제약은 없다. 자라 제공

2018년 출범한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는 하이패션의 세계에 눈뜬 Z세대의 신나는 놀이터가 됐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는 2021년 봄·여름 시즌의 일부 상품을 구현한 버추얼 컬렉션을 제페토에서 출시했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가 사용자의 80%가 10대인 메타버스에서 컬렉션 출시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실제 500만원에서 1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원피스를 제페토에서는 4000원가량에 구입해 내 아바타에 입힐 수 있었다. 이 같은 패션 경험은 구찌가 ‘미래의 고객’과의 친근감을 쌓는 데 한몫했다. 2025년에는 세계 명품 소비층의 45%가 Z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색다른 경험과 희소성에 무게를 둔 소비생활을 즐기는 MZ세대는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디지털 제품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착용 가능한 제품, 즉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소유·공유할 수 있는 제품에 이끌린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구현해내는 가상 공간을 현실 세계와 분리하지 않고 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완성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는 분석이다.

패션 기업들은 더욱 새로운 패션 경험 제공을 위해 가상 세계에서나 시도해볼 법한 독특한 아이템을 오프라인에 출시하는가 하면, 아바타를 대상으로 선보였던 가상 향수를 실제 제품으로 역출시하는 등 피지털을 활용한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다.

크록스의 제페토 컬렉션. 크록스 측은 “제페토 유저들이 보다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버추얼 모자, 가방 아이템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크록스 제공 © 경향신문 크록스의 제페토 컬렉션. 크록스 측은 “제페토 유저들이 보다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버추얼 모자, 가방 아이템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크록스 제공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 8월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제페토 전용으로 출시됐던 가상 컬렉션을 실제로 착용해 볼 수 있는 ‘뮤제 드 웹 3.0’ 전시회를 선보였다. 스웨덴 니치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지난 7월 아바타에게 아우라 형태로 입힐 수 있는 메타버스 향수를 개발했다. 다양한 감정을 26가지의 향으로 표현한 이 가상 향수는 곧 실제 향수로도 발매 예정이다. 현실 세계의 나와 메타버스의 아바타가 동일한 향수를 쓴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한 MZ세대 공략형 제품이다.

패션에 있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의미해졌다. 지난 9월 제페토에 크록스 월드를 정식 출시한 캐주얼 풋웨어 브랜드 크록스는 두 번에 걸쳐 제페토 브랜디드 아이템을 론칭했다. 크록스의 시그니처 제품인 클로그 및 슬라이드, 샌들 등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슈즈 제품 5종과 가상의 상·하의 의상 두 벌을 출시한 데 이어 10월에는 모자와 가방 등 ‘신상’ 아이템을 내놓았다. 무지개 색상의 클래식 스프레이 다이클로그 멀티 제품은 제페토 유저들의 인증샷에도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크록스 측은 브랜드 자체 기념 기간인 “크록토버(Crocs+October)를 기념해 제페토 유저들이 보다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버추얼 모자, 가방 아이템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MZ세대는 물리적 삶과 디지털 생활을 동등하게 여길 만큼 디지털 경험을 중요시한다”며 “MZ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디지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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